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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이 하는 것인 줄만 알고 살았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자랑할 것 까지는 없어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해는 결혼 25주년이 되는 해였다. 

항공사에서 운영하는 세계일주 프로그램 중에 우리는 one world 라는 곳의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비즈니스 클래스로 예약을 해도 미국을 두번 비즈니스로 다녀오는 비용 정도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오랜 여행을 다니는 것은 체력적으로 무리가 따르고 오랜 비행은 시차를 고려하지 않아도 힘든 일이다. 배낭메고 밤기차에 쪼그리고 앉아 다닐 나이는 아님이 분명하고, 이번에 점수를 단단히 따고 싶은 욕심에 난 비즈니스 클래스로 예약을 마쳤다. 총 29000마일을 다니는 여정이다. 

중간중간 가까운 거리는 기차나 현지의 항공을 이용해 다니기로 하였다. 

시간을 좀 더 할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전히 생업에도 쫒기는 처지라 방학을 이용한다고 해도 40여일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루트를 잡는 것도 쉽지는 않았는데 항공사의 규정과 연결 항공편이 많지 않은 것이 주 원인이었다. 그러나 계획을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우리는 아프리카 - 유럽 - 중미를 보고 미국을 거쳐 귀국하는 여정을 완성하였다. 

모든 것이 자유여행인 만큼 가는 모든 도시에 숙박을 잡는 것도 일이었다. 나 혼자 다니면 훨씬 부담이 없지만 가족이 한명 같이 가면 부담 백배다. 아무튼 이런 저런 준비는 약 3개월이 걸렸다. 

드디어 출발하는 6월 하순의 어느날. 

인천공항을 떠난 항공기가 점심 때 쯤 홍콩에 도착했다. 

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홍콩에 관광거리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탓에 호텔이라도 전망이 좋은 곳에 정했다. 


출장을 가면 교통이 편하고 회사들도 밀집해 있는 침사추이의 삭막한 호텔에 묵었지만 이번에 든 호텔은 방에서 홍콩만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 선과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침 호텔 가까이에 이곳 전통 선박인 정크선이 떠있어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짧은 비행의 여독을 잠시 풀고 홍콩 사이드를 구경하러 호텔을 나서 ferry 정선장으로 갔다. 오후 다섯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대합실엔 우리 뿐이다. 대합실 창살 너머로 홍콩만과 고층건물이 보였다. 


6월 말의 홍콩은 우리의 7월 말처럼 무덥다. 다행히 홍콩만을 가로지르는 선선한 바닷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하늘엔 열대의 뭉게구름이 가득하다. 


만을 반 이상 건넜을 때 ferry가 낚시 중인 정크선을 지나간다. 대도시를 배경으로 떠 있는 조각 배와 그 안의 소박한 사람들 모습이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홍콩은 비즈니스를 위해서만 왔던 탓에 이런 경치는 처음 보았다. 뱃전에 부딪치는 바다 소리가 더위를 식혀준다. 


복잡한 도심에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조명이 하나 둘 켜지고 더위도 한풀 꺽인다. 분주한 도시, 홍콩은 언제나 처럼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도시의 저녁 분위기를 즐기는 동안 시계는 8시를 훌쩍 지났다. 저녁을 먹기 위해 맥심 같은 유명 식당을 찾아가는 대신 지나는 길의 중식당에 들어갔다. 지난 경험으로 그 근방 식당 거의 대부분은 탁월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여행의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중식당엔 좀 어울리지 않지만 술이 유난히 약한 M을 위해 레드와인을 한 병 주문했다. 놀랍게도 웨이터는 멋진 솜씨로 디캔팅을 한 후, 리델 튜립 잔에 따라 준다. 음식의 훌륭한 맛보다 와인 서빙이 우리를 더욱 감동시켰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역시 홍콩은 프로들의 세계다.


기분좋은 식사와 와인으로 여행을 떠나 온 우리의 기분은 가벼운 설레임과 기대로 부풀었다. 

열시경 식당을 나서 택시로 호텔로 돌아갔다. 

출장왔을  가졌던 긴장과 압박감이 없는 홍콩의 밤이 깊어가고우리 여행의 첫날도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