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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여행을 떠나온 지 닷새째 되는 날.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멀지 않은 Rondebosch 골프장에서 M과 골프를 했다. 남아공은 Ernie Els, Oosthisen 등 기라성 같은 골프스타를 배출한 나라다. 그런 골프의 성지 케이프타운에서 골프는 우리를 설게이게 했다.
아침 식사를 일찍마치고 호텔 컨시어지에 부탁해 둔 택시를 타고 호텔 북쪽에 있는 골프장으로 갔다.
1911 년에 세워진 남아공 100 대 골프장 중 하나라고 한다.
테이블 마운틴 Table mountain 이 보이는 골프장은 깊은 역사 만큼이나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골프채는 물론 신발조차도 가져 온 장비가 하나도 없었기에 클럽하우스에서 클럽을 빌렸다. 기념으로 잔디 보수 도구를 하나 기념으로 샀다.
수동 카트에 백을 싣고 1번 홀로 이동한다.
여기도 왼손잡이는 흔치 않은지 Lady M 의 클럽보다 내 클럽이 훨씬 낡았다. 왼손잡이 서러움.
서리에 가까운 안개가 자욱히 내려 운치가 있는 골프장의 모습.
조용한 이 새벽 tee up 의 순간이 주는 매력은 골프라는 운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캐디까지 없어 수동카트를 끌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철저하게 프라이버시 가 보장된다는 점은 장점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유학온 대학원생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캐디는 커녕 전동 카트도 엄두를 낼 수 없던 가난했던 시절도 추억이 되고나니 달콤한 냄새가 났다.
골프장의 지형은 언덕이 전혀없는 평지라서 카트를 끄는게 힘들지 않다. 우리나라의 산악 구보같은 골프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온은 10 도 안팎으로 골프에 거의 최적의 날씨다.
게임의 시작.
lady M 이 연습스윙을 하고 있다. 멀리 밥상이 보인다.
이때만해도 내가 두고두고 가위눌릴 일이 벌어질 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
게임의 중반이후에 만난 6번 홀, 파 5. 페어웨이가 좁았다.
여자 티는 사진 속 붉은 이모티콘이 있는 곳이었고 남자 티는 클럽 하우스 바로 앞에 있었다 (푸른 이모티콘). 난 다리를 쉬게 할 겸 M 을 여자 티 에서
기다리게하고 혼자 남자 티로 가서 5 번 아이언 을 쳤다. 연습도 안된 상태인데다 처음 온 골프장이라 조심한답시고...
그런데 아 뿔 싸!!!!
15년 넘는 골프 인생에 생전 나지 않던 생크가 나면서 공에 엄청난 스핀이 걸려 곡선을 그리며 |ady M 에게 로 날아간다!
나 도 |ady M 도 얼어붙었다. 삶과 죽음!
다행히 공은 2 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여인을 지나친다.
너무 놀라는 날 보고서 고의성이 없다는 것을 확신한 M의 용서를 받고 나머지 홀들을 섭렵했다. 하지만 스코어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테이블 마운틴이 코 앞에 있는 것 처럼 경치가 아름다운 골프장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하마터면 세계일주여행을 일찌감치 마감할 뻔 했지만...
페어웨이를 따라 줄지어 선 나무들도 깊은 역사처럼 우람해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그날 오후 골프를 마치고 호텔로 가는 길에 테이블 마운튼의 케이블카를 사진에 담았다.
가느다란 몇가닥 줄에 매달린 저 케이불카 속의 사람들처럼 우리는 어쩌면 삶과 죽음이, 행복과 불행이 한 순간에 갈릴 수도 있는 무서운 현실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 날은 별 것 아닌양 우리 둘 다 농담을 하며 넘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하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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