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을 받은 명화 중에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부자인 의사 아버지를 둔 외동딸 캐서린이다. 그녀는 결혼 적령기가 되도록 남자와 교제도 한번 못하고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준수한 신사 모리스가 접근한다.
기다렸다는 듯 캐서린은 그 신사와 사랑에 빠지고 미래까지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신사의 외모를 가진 모리스는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을 그녀에게 접근한 제비족이었고, 그런 사실을 간파한 캐서린의 아버지는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그러나 이미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캐서린은 아버지의 진심어린 충고를 져버리고 모리스와 사랑의 도피를 계획한다.
익숙한 모든 것과의 이별.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와의 절연. 만난지 얼마되지 않은 남자와의 미래에 대한 불안. 이 모든 것은 캐서린을 막을 수 없었다. 모리스의 뜨거운 구애와 굳은 맹세가 있었으니까.
도망치기로 한 날. 모리스는 잠적해 버린다.
현관에서 모리스를 기다리다 지쳐 2층의 자기 방으로 계단을 오르는, 처참하게 찢긴 캐서린의 모습은 영화의 압권이다.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해석이 다른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우리 말은 정확한 의사 전달이 어렵다고도 한다. "거시기해서 거시기한께 거시기하다니께로..." 같은 말을 듣고 알아 듣는 것이 한국사람이다.
아무리 그래도 2019년 새해를 맞이한 첫 날은 걱정스러운 날이 되고 말았다. 북의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발단이었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신년사에는 우리나라를 곤란하게 만들 말들이 제법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우려를 낳은 것은 우리 정부의 반응이었다. 지금도 믿을 수 없지만 우리 정부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환영한다고 공식 논평을 날렸다.
유엔 제재에 포함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당장 재개하자는 둥, 민족끼리 잘 하기위해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국에 오지 못하게 하라는 둥, 한미 연합 훈련을 모두 중지하라는 둥. 이것들 중 무엇이 환영할 일일까? 반문해 본다.
며칠 전, 김정은의 친서의 내용이 우호적이기 때문이었을까?
북한의 어느 외교관 별명이 '웃는 암살자'라는 보도가 있었다. 외교에선 웃으며 목에 칼을 박아넣는 일이 허다하다. 칼을 뒤에 숨긴 완곡한 표현에 현혹되어 상대 의도를 오판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다.
진보나 보수나 누가 정권을 잡던 외교는 다를 수 없다. 나라가 있어야 다툴 거리가 있는 것이니까. 상대의 의도를 제 멋대로 우호적으로 해석하고 조국을 전쟁의 참화로 밀어넣은 영국의 수상 체임벌린이 나치의 스파이였을까? 아니다. 순진한 이상주의자였다. 다만 나치는 그의 열정을 이용해 자신들의 의도를 감추는데 이용한 것 뿐이다.
정신을 못차리는 현 정부는 캐서린의 비운을 맞지 않으려면 배우 백윤식의 말을 새겨 봐야 한다.
"너! 그러다 피똥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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