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코르출라의 역사와 문화 — 마르코 폴로가 태어난 돌의 도시
마르코 폴로가 태어난 돌의 도시
3,000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아드리아해의 작은 반도
고대 — 검은 코르키라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크니도스(Cnidus) 식민자들이 이 섬에 도착했다. 울창한 숲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기에 그들은 이곳을 '검은 코르키라(Korkyra Melaina)'라 불렀다. '코르키라'는 코르푸 섬의 그리스 이름이고, '멜라이나'는 검다는 뜻이다. 짙은 소나무 숲이 바다에서 보면 검게 보였던 것이다. 이 이름에서 오늘날의 코르출라(Korčula)가 유래했다.
그리스인들이 세운 최초의 정착지는 섬 서쪽 끝 벨라 루카(Vela Luka) 근처였으며, 빈챠 동굴(Vela Spila)에서는 2만 년 전 선사시대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로마 제국이 이 섬을 차지하며 올리브 재배와 와인 양조가 시작되었다.
베네치아 공화국 — 돌의 황금시대
1420년부터 1797년까지 약 380년간 코르출라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이 시기가 코르출라의 황금시대였다. 베네치아인들은 이 반도 끝에 성벽과 타워를 세우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구시가지의 원형을 완성했다.
코르출라의 석공들은 달마시아 해안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자로 명성이 높았다. 두브로브니크의 렉터 궁전, 흐바르의 대성당, 심지어 이스탄불의 건물에까지 코르출라 석공의 손길이 닿았다고 전해진다. 섬에서 채석한 하얀 석회암은 '코르출라의 금'이라 불렸고, 이 돌로 만든 건물들이 오늘날에도 구시가지를 빛나게 한다.
마르코 폴로 — 코르출라의 아들?
1254년에 태어난 위대한 탐험가 마르코 폴로가 이 섬에서 출생했다는 전설이 있다. 베네치아와 코르출라가 600년 넘게 이어온 논쟁이지만, 코르출라 사람들의 자부심은 확고하다. 그 근거는 이렇다 — 1298년 코르출라 해전에서 베네치아 함대가 제노바에 패했을 때, 마르코 폴로가 이 해역에서 포로로 잡혔다는 기록이 있으며, 구시가지에 '데 폴로(De Polo)' 가문의 집이 현존한다는 것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마르코 폴로 생가로 추정되는 건물은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종탑에 올라가면 코르출라 360도 파노라마가 펼쳐지는데, 이 탐험가가 정말 여기서 태어났다면, 어린 시절 이 바다를 보며 먼 세상을 꿈꿨을 것이라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든다.
생선뼈 골목 — 중세 도시계획의 지혜
코르출라 구시가지의 골목 배치는 우연이 아니라 정교한 도시 설계의 산물이다. 중앙의 메인 스트리트에서 양옆으로 비스듬히 뻗어나가는 골목들이 마치 생선의 척추와 갈비뼈처럼 배열되어 있다 — 이른바 '생선뼈(herringbone)' 패턴이다.
이 설계에는 명확한 기능적 목적이 있었다. 서쪽으로 열린 골목은 여름 오후의 시원한 마에스트랄(북서풍)을 도시 안으로 끌어들이고, 동쪽 골목은 겨울의 차갑고 거센 부라(북동풍)를 차단한다. 에어컨도 난방도 없던 중세에, 골목의 각도만으로 자연 환기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한여름 골목을 걸으면 정말로 서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레슈카 — 칼의 춤
모레슈카(Moreška)는 코르출라를 대표하는 전통 검무다. 무어인 왕(흑왕)과 기독교 왕(백왕)이 아름다운 여인(불라, Bula)을 두고 벌이는 전투를 연극적 검술로 재현하는 공연으로, 15세기부터 5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일곱 차례의 검술 라운드로 구성되며, 실제 강철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결국 기독교 왕이 승리하고 여인을 구출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이는 오스만 제국의 위협에 맞선 지중해 기독교 세계의 자긍심을 반영한다. 여름 시즌(6~10월)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저녁에 공연하며, 구시가지 앞 야외무대에서 진행된다. 사전 예매를 권한다.
성 마르코 대성당
구시가지 중앙 광장에 서 있는 성 마르코 대성당(Katedrala Svetog Marka)은 15세기 고딕-르네상스 양식의 걸작이다. 정문 위 루네트에는 아담과 이브의 석조 조각이 있고, 두 마리 사자가 문기둥을 지키고 있다. 이 석조 장식은 코르출라 석공의 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내부에는 베네치아 화파의 거장 틴토레토(Tintoretto)의 제단화 '세 성인(Three Saints)'이 걸려 있다.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의 대성당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친밀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종탑은 바다 위 어디서든 코르출라를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이 도시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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