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Travel Journals)/크로아티아 여행기

크로아티아 코르출라 첫 입항기 — 종탑이 보이기 시작할 때

유럽탐험 2026. 8. 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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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코르출라 첫 입항기 — 종탑이 보이기 시작할 때
SAILING STORY
코르출라 첫 입항기

종탑이 보이기 시작할 때

코르출라 해협을 건너 중세 도시에 닻을 내리기까지, 세일러의 첫 입항 이야기

카타마란 세일링 — 돛을 올리고 코르출라를 향해 항해하는 장면
코르출라를 향해 돛을 올린다 — 아드리아해의 바람이 캔버스를 채우는 순간
어떤 항구는 도착하는 순간보다 접근하는 과정이 더 아름답다. 코르출라(Korčula)가 그런 곳이다. 해협을 건너오며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던 종탑이 점점 선명해지고, 주황 지붕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마침내 반도 위에 올려진 중세 도시의 전모가 눈앞에 펼쳐지는 그 과정 전체가 하나의 여정이다.

출항 — 흐바르 팔미자나 마리나를 떠나며

아침 9:50, 필미자나의 마리나 라인을 풀었다. 기상 예보는 북동풍 20노트. 오후에 마에스트랄이 강해진다고 했으니, 되도록 일찍 코르출라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였다. 항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메인세일을 올리고 제닝을 폈다. 바람은 port side에서 불어왔고, 빔리치로 잡으니 속도가 6노트까지 올라갔다.

좌현으로 등대 섬이 천천히 지나갔다. 아드리아해의 이 구간은 섬과 반도가 만들어내는 좁은 수로가 연속되어, 마치 강을 항해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양쪽으로 펼쳐진 초록빛 산, 그 아래 흩어진 작은 마을들, 간간이 스쳐 지나가는 어선들 — 지중해 항해의 정수가 이런 것이다.

코르출라 해협 — 바람이 가속되는 곳

펠레샤츠 반도와 코르출라 섬 사이의 좁은 해협에 들어서자 바람이 한 단계 강해졌다. 지형 효과로 바람이 가속되는 구간이다. 25노트까지 올라간 풍속에 메인세일을 한 포인트 리프했다. 배가 20도 정도 기울며 속도가 올라갔다. 스프레이가 선수를 넘어왔지만, 이런 역동적인 항해가 바로 세일링의 묘미다.

해협을 지나면서 우현으로 펠레샤츠 반도의 높은 산릉선이 가까이 다가왔다. 석회암 절벽 아래로 작은 포도밭과 올리브 숲이 바다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 반도에서 나오는 딩각(Dingač) 와인이 크로아티아 최고라는데, 바다에서 보는 포도밭의 경사가 그 맛의 비밀일 것이다.

투명한 바다에 정박한 요트 — 에메랄드빛 수면 아래 바닥이 보인다
코르출라 근처 앵커링 —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다에 닻을 내린다

종탑이 보이다

해협을 빠져나와 코르출라 타운이 있는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그 순간이 왔다. 수평선 위로 종탑의 끝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돛대인가 싶을 정도로 가늘었지만, 거리가 좁혀질수록 종탑 아래로 주황 지붕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3마일 정도 남았을 때, 도시의 전모가 드러났다. 바다로 돌출된 작은 반도 위에 마치 모형처럼 올려놓은 중세 도시. 성벽이 도시를 감싸고, 그 위로 종탑이 하늘을 찔렀다. '미니 두브로브니크'라는 별명이 과장이 아니었다. 두브로브니크보다 작지만, 그래서 더 완벽하게 하나의 그림이 되는 도시.

ACI 마리나 접안

14:00, ACI Marina Korčula에 VHF Ch.17로 호출했다. 마리나 스태프가 선석을 안내했다. 스턴투(stern-to)로 접안하면서 뮤어링 라인을 잡아 올렸다. 바람은 강했지만 마리나 안은 고요해서 접안은 비교적 수월했다. 라인을 단단히 잡고 펜더를 확인한 뒤, 엔진을 끄자 비로소 고요가 찾아왔다.

마리나에서 구시가지까지 도보 5분. 선석에서 내리자마자 성벽이 눈앞이다. 이렇게 도시와 가까운 마리나는 달마시아 해안에서도 드물다.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하고 전기와 수도를 연결한 뒤, 짐을 내려놓고 바로 구시가지로 향했다.

첫 산책 — 돌의 미로 속으로

남문의 계단을 올라 구시가지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좁은 석조 골목, 그 사이로 내려쬐는 오후의 햇살,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중앙 대로를 따라 걸으며 양옆으로 뻗은 생선뼈 골목을 하나씩 들여다봤다. 골목 끝마다 푸른 바다가 액자처럼 걸려 있었다.

성 마르코 대성당 광장에 도착했을 때, 석양이 시작되고 있었다. 종탑의 그림자가 광장을 가로지르고, 석조 벽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광장 한쪽 카페에 앉아 Grk 와인 한 잔을 시켰다. 이 도시에서 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이 도시의 광장에서 마시는 것 — 여행의 본질이 이런 것이 아닐까.

석양 무렵 앵커링한 요트들 — 실루엣이 된 돛대와 주황빛 하늘
석양 무렵의 앵커링 — 요트들의 실루엣이 하루의 마지막 빛 속에 녹아든다

밤 — 은하수 아래

저녁 식사 후 배로 돌아왔다. 마리나의 불빛을 뒤로하고 콕핏에 앉았다. 구시가지의 조명이 성벽을 따뜻하게 비추고, 그 위로 하늘에는 별이 쏟아졌다. 도시의 불빛에서 벗어나자 은하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올렸다. 20초 노출. 앵커 라이트의 작은 빛과 은하수가 잔잔한 수면에 함께 반사되었다. 700년 전 마르코 폴로도 이 바다에서 같은 별을 보았을 것이다. 동방으로 떠나기 전, 이 작은 섬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엇을 꿈꿨을까.

흐바르에서 시작한 항해가 코르출라의 별 아래에서 끝났다. 내일은 다음 목적지로 향하지만, 이 도시의 종탑과 골목과 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은하수 아래 앵커링한 요트 — 잔잔한 만에서 별빛이 수면에 반사된다
코르출라의 밤 — 은하수가 앵커링한 요트 위로 쏟아진다
세일러의 메모: 코르출라는 '지나가는 기항지'가 아니라 '머무르는 도시'다. 최소 이틀은 잡아야 구시가지, 럼바르다, 바디야 섬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모레슈카 공연이 있는 목요일이나 일요일에 맞춰 도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중해 세일링이 궁금하다면

cafe.naver.com/medsa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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