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클라데스 제도를 세일링으로 항해하다 — 안드로스 섬, 멜테미 바람, 그리고 항구의 양갈비
키클라데스 제도를 세일링으로 항해하다 — 안드로스 섬, 멜테미 바람, 그리고 항구의 양갈비
tourinfo.org · 세일링 항해일지
카리스토에서 하루 저녁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닻을 올렸습니다.
목적지는 키클라데스 제도의 첫 번째 섬, 안드로스(Andros). 십여 노트의 남서풍을 타고 돛을 올리자 엔진 소리가 사라지고 바람 소리만 남았습니다. 이 순간이 세일링에서 가장 좋습니다.
20해리 남짓, 6노트의 속도로 달려 점심 시간에 안드로스의 작은 항구 밧씨(Batsi)에 도착했습니다. 한적한 항구에 앵커를 내리고,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2층 타베르나에 올라가 양갈비와 와인을 시켰습니다.
항구 밖의 바다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는데
항구 안은 너무나 대조적으로 호수같이 잔잔했습니다.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세일링의 가장 큰 매력이구나.
키클라데스 제도란
키클라데스(Cyclades)는 에게해 중부에 위치한 약 220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그리스의 대표적인 섬 군도입니다. 이름은 "원(cycle)"에서 왔습니다 — 섬들이 신성한 델로스 섬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분포하기 때문입니다.
하얀 집들과 파란 지붕, 맑은 바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그리스 풍경. 우리가 "그리스"하면 떠올리는 그 이미지가 바로 키클라데스입니다.
키클라데스 주요 섬
산토리니 — 칼데라 절벽의 석양
미코노스 — 풍차와 파티의 섬
낙소스 — 가장 크고 비옥한 섬
파로스 — 조용한 해변과 전통 마을
안드로스 — 키클라데스 북단, 부유한 선주들의 섬
시로스 — 키클라데스의 수도
델로스 — 아폴론의 탄생지, 신성한 섬
멜테미 — 세일러가 가장 두려워하는 바람
키클라데스를 이야기할 때 멜테미(Meltemi)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7~9월에 북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계절풍으로, 40노트(약 시속 75km)까지 불기도 합니다.
멜테미가 한여름 기온을 쾌적하게 유지해주는 고마운 바람이기도 하지만, 세일링에는 양날의 검입니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바람
세일링에 최적의 바람 (10~20노트)
고대부터 무역선의 동력
40노트 이상이면 해상 교통 중단
작은 섬에서는 배가 뜨지 못함
경험 없는 세일러에게 매우 위험
고대에는 이 멜테미를 타고 크레타, 이집트, 터키로 올리브 오일을 실은 무역선이 쏜살같이 달려갔다가, 겨울의 남풍을 타고 그리스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날에는 윈드서핑이나 카이트서핑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안드로스 밧씨 항구에서의 오후
이날은 운이 좋았습니다. 키클라데스 치고 잠잠한 십여 노트의 바람. 돛을 올리고 엔진을 끄자 바람 소리와 물 가르는 소리만 남았습니다.
안드로스는 키클라데스 제도의 가장 북쪽에 있는 큰 섬입니다. 그리스 선주(船主)들이 많이 사는 부유한 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광객은 산토리니나 미코노스에 비하면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세일링의 장점입니다 — 유명하지 않은 섬에 자유롭게 들를 수 있습니다.
밧씨(Batsi)는 안드로스 서쪽 해안의 작은 항구 마을입니다. 만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바깥 바다가 거칠어도 항구 안은 잔잔합니다.
이날의 항해 기록
출항: 카리스토 (에비아 섬)
도착: 밧씨 (안드로스 섬)
거리: 약 20해리
바람: 남서풍 10~12노트
속도: 약 6노트
소요시간: 약 3.5시간
점심: 항구 2층 타베르나 — 양갈비 램찹, 파스타, 와인 🍷
세일링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세일링 여행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요?"입니다. 이날이 전형적인 하루였습니다.
08:00 — 아침식사. 빵, 치즈, 과일, 계란.
09:00 — 출항. 닻을 올리고 돛을 편다. 엔진 끄기. 바람만으로 간다.
10:00~12:00 — 항해. 바다 위에서의 시간. 책을 읽거나, 사진을 찍거나, 그냥 바다를 본다.
12:00 — 도착. 앵커링 또는 항구 정박.
12:30 —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타베르나에서 점심. 와인 한 잔.
14:00~17:00 — 마을 산책. 수영. 낮잠.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19:00 — 항구 레스토랑에서 저녁. 해산물, 그릭 샐러드, 현지 와인.
21:00 — 갑판에서 별. 내일은 어디로 갈까.
이것이 7일간 매일 반복됩니다. 섬만 바뀝니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택시 타고 버스 타고 다음 호텔에 체크인하는 여행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짐을 풀 필요가 없습니다. 요트가 집이니까요. 닻을 올리면 새로운 섬으로 갑니다.
처음 세일링을 하고 싶다면 — 크로아티아부터
키클라데스는 멜테미 바람 때문에 경험 있는 세일러에게 적합한 해역입니다. 처음 세일링을 경험하신다면 크로아티아 달마시안 코스트를 추천합니다.
멜테미 바람: 7~8월 강풍
섬 간 거리: 20~40해리 (먼 편)
해상 조건: 거칠 수 있음
→ 경험자 추천
바람: 온화, 예측 가능
섬 간 거리: 10~20해리 (짧음)
항구·마리나: 풍부
→ 초보자 최적
크로아티아 달마시안 코스트는 섬 사이 거리가 짧고 해상 조건이 온화해서, 처음 세일링을 경험하는 분에게 최적입니다. 흐바르의 라벤더 향 가득한 항구, 비스 섬의 블루 케이브, 파클레니 제도의 무인도 앵커링 — 키클라데스에서 느꼈던 그 감동을, 멜테미 걱정 없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항구에 배를 대고 타베르나에서 양갈비를 먹고
갑판에서 별을 보며 내일 갈 섬을 고르는 여행.
세일링이 궁금하신 분, 언젠가 지중해 바다를 항해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항해일지, 루트 정보, 비용, 요트 생활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요트 경험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궁금한 건 뭐든 물어보세요.
네이버 카페 — 지중해 항해 탐험대 방문하기cafe.naver.com/medsailing
이 항해의 다른 기록들
이 키클라데스 항해는 시리즈로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