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바르 섬 여행 가이드 |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by 요트 세일러 교수 · 크로아티아 여행
아드리아해의 따뜻한 바람이 라벤더 향을 실어 나르는 곳, 흐바르(Hvar).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일조량이 많은 이 섬은(연간 2,700시간 이상의 햇빛!) 르네상스 역사와 지중해 자연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여행지입니다. 유럽의 셀러브리티들이 요트를 타고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지만, 라벤더밭 사이를 걷고 유네스코 유산의 평원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고요한 흐바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요트로 달마시안 해안을 항해하다 흐바르에 정박했는데, 바다 위에서 본 흐바르 타운의 첫 인상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흐바르의 핵심 명소, 숨겨진 해변, 와인과 미식, 그리고 세일러만 아는 비밀 앵커리지까지 낱낱이 공개합니다.
흐바르 타운: 아드리아해의 르네상스 보석
흐바르 타운은 섬의 남서쪽에 위치한 주요 도시이자,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항구 마을 중 하나입니다.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유럽에서 가장 큰 광장 중 하나인 성 스테판 광장(Trg Svetog Stjepana)입니다.

이 광장은 13세기에 조성되었으며, 한쪽에는 성 스테판 대성당이, 반대쪽에는 항구가 펼쳐져 있습니다. 대성당의 르네상스 양식 종탑은 흐바르의 상징이며, 종탑 위에서 바라보는 항구와 파클레니 제도의 전경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광장 주변에는 15~16세기 베네치아 공화국 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특히 아르세날(Arsenal) 건물 2층에 위치한 극장은 1612년에 건설된 유럽 최초의 공공 극장 중 하나입니다. 당시 평민과 귀족이 함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큽니다.
스파뇰라 요새: 흐바르 최고의 일몰 포인트
흐바르 타운에서 반드시 가야 할 곳은 마을 뒤편 언덕 위의 스파뇰라 요새(Fortica/Spanjola)입니다. 16세기 베네치아인들이 오스만 제국의 침략에 대비하여 지은 이 요새까지는 마을에서 도보로 약 20분 걸리며, 오르는 길이 가파르지만 정상에서의 보상은 완벽합니다.

요새 꼭대기에 서면 360도 파노라마로 흐바르 타운, 항구에 정박한 요트들, 그리고 앞바다의 파클레니 제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일몰 시간에 이곳에 오르면, 태양이 아드리아해 수평선으로 내려앉으며 하늘과 바다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약 €8이며, 요새 안에는 작은 바도 있어 음료를 마시며 일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라벤더밭: 보라색으로 물든 흐바르 (6~7월)
흐바르는 '라벤더의 섬'으로도 불립니다.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섬 내륙의 언덕은 보라색 라벤더로 뒤덮이며, 달콤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집니다. 프랑스 프로방스에 비견되지만 관광객이 훨씬 적어 더 한적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라벤더밭은 주로 섬 내륙의 브루스예(Brusje)와 벨로 그라블예(Velo Grablje) 마을 주변에 밀집해 있습니다. 흐바르 타운에서 렌트카나 스쿠터로 약 20분 거리입니다. 현지 농가에서는 라벤더 오일, 라벤더 꿀, 라벤더 비누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니 기념품으로 최고입니다.
팁: 라벤더 시즌이 아니더라도 올드타운의 기념품 가게에서 흐바르산 라벤더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라벤더 에센셜 오일은 약 €5~10으로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스타리그라드 평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흐바르 섬 북쪽에 위치한 스타리그라드 평원(Stari Grad Plain)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농업 경관으로,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2,400년 전 그리스인들이 구획한 토지 분할 체계가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 농업사의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올리브 나무와 포도밭이 고대의 돌담 사이에 규칙적으로 심어져 있는 풍경은 어떤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자전거를 빌려 평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약 2시간).
스타리그라드(Stari Grad) 마을 자체도 매력적입니다. 흐바르에서 가장 오래된 정착지(기원전 384년 건설)로, 좁은 골목과 돌담 집들이 지중해의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흐바르 타운보다 관광객이 적어 진짜 달마시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흐바르 해변 가이드
두보비카(Dubovica): 흐바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흐바르 타운에서 동쪽으로 차로 15분, 그 후 가파른 언덕길을 도보로 15분 내려가야 합니다. 접근이 불편한 만큼 사람이 적고, 청록색 바닷물과 자갈 해변의 조화가 환상적입니다. 작은 돌집 레스토랑이 있어 간단한 식사가 가능합니다.

파클레니 제도(Pakleni Islands): 흐바르 타운 앞바다에 펼쳐진 군도로, 택시 보트(€10~15)를 타고 10~20분이면 도착합니다. 여러 섬에 각각 다른 분위기의 해변이 있는데, 스티피안스카(Stipanska)는 가족에게, 즈드릴카(Zdrilca)는 한적함을 원하는 분에게, 팔밀자나(Palmizana)는 아트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있어 문화적 해변 경험을 원하는 분에게 적합합니다.
흐바르 와인: 포스텝과 플라바츠 말리
흐바르는 크로아티아 와인의 핵심 산지 중 하나입니다. 섬의 따뜻한 기후와 석회질 토양은 포도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포스텝(Posip):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흐바르와 인근 코르출라 섬이 원산지입니다. 열대 과일과 꿀의 풍미가 조화로우며, 해산물과의 페어링이 완벽합니다.
플라바츠 말리(Plavac Mali): 크로아티아 최고의 레드 와인 품종입니다. 진판델(Zinfandel)의 친척 품종으로, 풀바디의 진한 맛과 높은 알코올 도수가 특징입니다. 흐바르 남쪽의 이반 돌라츠(Ivan Dolac) 마을에서 생산되는 플라바츠 말리가 최상급으로 평가됩니다.
와이너리 투어는 흐바르 타운에서 반나절 투어(약 €50~80)로 참여할 수 있으며, 3~4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여 시음과 함께 로컬 치즈, 올리브, 프슈트(Prsut, 크로아티아식 생햄)를 맛볼 수 있습니다.
브르보스카: 흐바르의 숨겨진 마을
흐바르 섬 북쪽에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 브르보스카(Vrboska)는 '작은 베니스'라는 별명답게 좁은 수로 위에 다리가 놓인 아기자기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흐바르 타운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소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입니다.
이 마을의 하이라이트는 성 마리아 요새 교회입니다. 16세기 오스만 해적의 침략에 대비하여 교회에 방어 시설을 더한 독특한 건물로, 교회이면서 동시에 요새인 유럽에서도 드문 형태입니다. 브르보스카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브르보스카 마을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흐바르 맛집 가이드
달마시아 요리는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의 영향이 혼합된 독특한 지중해 음식입니다.
흑리조또(Crni Rizot): 오징어 먹물로 만든 검은 리조또는 달마시아의 대표 요리입니다. 겉보기와 달리 깊고 부드러운 해산물 풍미가 일품입니다. 흐바르 타운 항구변의 루치카(Lucica)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페카(Peka): 크로아티아 전통 조리법으로, 문어나 양고기를 감자, 야채와 함께 철제 뚜껑 아래에서 숯불로 수시간 천천히 익히는 요리입니다. 최소 2시간 전에 미리 주문해야 합니다.
그레고다(Grego da): 스타리그라드의 숨은 맛집으로, 정원 테이블에서 현지 와인과 함께 전통 달마시아 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스플리트에서 흐바르 가는 방법
흐바르에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스플리트(Split)에서 페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 카타마란(쾌속선): 스플리트 → 흐바르 타운, 약 1시간. 편도 €12~20. 여름에는 하루 5~6편 운항합니다. 차량 탑승은 불가합니다.
- 카페리: 스플리트 → 스타리그라드, 약 2시간. 편도 €8~12. 차량과 함께 탈 수 있습니다. 스타리그라드에서 흐바르 타운까지 버스로 약 30분.
- 운항사: Jadrolinija, Krilo, TP Line 등. 성수기에는 사전 예약 필수입니다.
팁: 흐바르 섬 내 이동은 렌트카나 스쿠터가 편리합니다. 버스도 있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시간이 제한됩니다. 스쿠터 대여는 1일 약 €30~50입니다.
세일러 팁: 파클레니 제도 앵커리지
요트 세일러에게 흐바르는 달마시아 세일링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특히 파클레니 제도는 크로아티아 최고의 앵커리지 중 하나입니다.

팔미자나 만(Palmizana/Vinogradisce): 파클레니 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앵커리지입니다. 수심 4~10미터, 모래와 해초 바닥으로 닻이 잘 잡힙니다. 북서풍으로부터 잘 보호되며, 해변의 레스토랑 탐카(Tanka)는 해산물 요리로 유명합니다. 성수기에는 정박 부이를 이용해야 할 수 있습니다(약 €30~50/박).
흐바르 타운 ACI 마리나: 정식 마리나 시설을 이용하려면 흐바르 타운의 ACI 마리나가 있습니다. 수전, 전기, 샤워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며, 마을 중심까지 도보 5분입니다. 성수기 요금은 12미터 요트 기준 1박 약 €80~120입니다.
스플리트에서 흐바르까지는 세일링으로 약 2~3시간(20해리), 남쪽의 비스(Vis) 섬까지는 약 10해리로 아일랜드 호핑에 최적입니다.
마무리: 흐바르가 특별한 이유
크로아티아에는 1,000개가 넘는 섬이 있지만, 흐바르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입니다. 르네상스 역사와 지중해 자연, 라벤더 향과 와인, 숨겨진 해변과 유네스코 유산.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섬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흐바르 타운만 보고 떠나지 마세요. 스쿠터를 빌려 라벤더밭을 달리고, 택시 보트로 파클레니 제도에 가고, 브르보스카의 고즈넉한 골목을 걸어보세요. 그리고 스파뇰라 요새에서 아드리아해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이 섬이 왜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섬인지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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