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 출발해 프렌치 리비에라를 거쳐 꼬뜨 다주르의 중심도시 니스까지의 여행은 렌트카를 이용했는데 이제 일주일 가량 정든 차량을 니스역에 있는 렌트카 사무실에 반납하고 기차로 이태리를 향했다. 목적지는 제노아 Genoa 중앙역.
기차길은 유럽에서도 아름답다고 손꼽는 것으로 지중해를 따라 약 200킬로미터를 달려간다.
굳이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은 국경을 넘어가는 경우 렌트카의 비용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었다. 세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운전의 부담없이 식구들과 한가로운 잡담을 즐기며 창밖의 여름 지중해를 바라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제노아는 한 때 베니스와 경쟁했던 강력한 도시였다. 지금도 무역항으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 베니스는 무역항으로서의 명성보다는 운하의 아름다움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 제노아 또는 제노바는 무역항으로써 위상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의 교역에 있어 중요한 곳이다. 수천 수만개의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항구의 모습이 웅변으로 알려주는 듯 하다.
제노바 중앙역은 신전같은 장식이 수수한 도리아식 신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건물 주변의 환경은 여행객에게 약간 위협적이었다. 무역항의 속성상 다양한 인종이 섞이게 마련이고 그 중에는 불량기가 있어보이는 사람들이 끼어 있어 가방을 쥔 손에 슬며시 힘이 들어가는 곳이었다.
처음부터 이곳에 숙박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렌트카를 픽업해서 바로 동쪽으로 이동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다섯개의 마을, 또는 다섯개의 땅의 뜻을 갖는 친케테레 Cinque Terre. 다섯 마을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1. 리오마지오 (Riomaggiore)
2. 마노아로라 (Manarola)
3. 코르니글리아 (Corniglia)
4. 베르나츠카 (Vernazza)
5. 몬테로쏘 알 마레 (Monterosso al Mare)
80킬로미터 정도를 달려 그 밤을 지내게 될 작은 마을 Levanto에 저녁무렵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을 겸, 바다 구경을 나섰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치 바다로 빨려들어가는 것 처럼 보이는 산맥의 끝자락이 저녁 어스름 속에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한쪽에는 모래사장이 펼쳐지는데 젊은이들의 축구경기가 한창이다.
축구 경기가 열기를 더해가는 동안 멀리 마을의 해변에는 가로등이 줄지어 서있고 그 앞에 지중해는 달빛과 조명 속에 은은한 자태를 뽐내는 여름 밤이었다.
산 등성이 위로 달이 뜨고 있었다. 보름달이... 낮에 보았던 교회의 종탑이 달빛아래 아름다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어디선가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일행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음악이 들리는 곳을 찾아갔다. 거기에는 제법 넓은 댄스플로어를 갖춘 파티가 한창이었다.
거침없이 흥겨운 파티를 즐기는 남녀노소를 보며 우리는 그들의 자유로움과 행복이 부러웠다. 각박하게 매일을 살아가는 서울에서의 생활과 이곳 사람들의 생활이 너무 큰 차이가 난다고 느낀다.
열정적인 지중해변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