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기르의 밤은 조용하고 아름답다. 작은 골목은 작은 골목과 교차하며 이어지고 또 이어지기를 반복해 미로를 만들어 낸다.
골목마다 테이블을 내놓은 카페들로 밤이 흥미로운 트로기르. 가게 안에는 앉은 사람이 하나 없지만 아늑하다. 겨울이 오면 이곳이 사람들의 담소가 가득한 곳이 되겠지...
2019.05.21 - [세계의 요리, 식당] - 카페 디저트 맛집 크로아티아 여행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트로기르 중세 식당
관광객인지 현지 사람인지 알 수는 없다. 중년의 남녀가 원목을 둥성둥성 잘라 만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밤의 조명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낮 동안의 뜨거운 태양에 시달린 사람들을 달래주는 시원한 바람이 골목을 타고 분다.
어느 골목에 들어서도 길을 포장한 돌들은 세월에 닳고 닳아 거울같은 느낌이다. 회색 고양이 한마리가 느릿느릿 산책을 나온 밤이 푸르다.
내가 저녁 식사를 한 식당 앞을 지나는데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밖에 세워둔 냉장고에서 생선을 보고 망설이고 있었다. 난 주책맞게 물어보지도 않는 그들에게 엄지를 척들어 올려 보이며 최고라고 해주었다.
식당 안에도 사람들이 그득하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도 커플이 정겨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금 한적한 길을 따라걷노라면 그리스 코린트식 기둥이 받치고 선 건물에 다다른다.
그리스 식 건물 앞에는 작지만 구도시의 중심인 광장이 있다. 그 건너에는 교회가 있는데 성인의 동상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밤의 마력에 빠진 남녀가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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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라도 녹일 연인에게 방해될까 조심조심 걸음을 놓아 건너편 그리스식 건물에 도착했다. 체크무늬가 인상적인 크로아티아 국기가 걸린 건물 앞에는 사람들이 카페에서 정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love is in the air라고 했던가. 사랑이 공기 중에 충만하다.
마을 사람들이 사는 골목을 발견했다. 사람사는 냄새가 진하다. 수백년도 더 되었을 듯한 저 건물에 사람들이 아직도 산다는 것은 우리나라 같이 삼십년만 되면 재건축을 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에겐 낯설다.
작은 화분들로 장식하는게 이곳 사람들의 스타일인가보다. 낡은 건물의 작은 창틀이건 계단이건 작은 꽃이 핀 화분이 참 많다.
트로기르의 골목에서 길을 잃는 것은 하나도 두렵지가 않다. 어딘지를 몰라도 한 방향으로 계속 걷기만 하면 10분 안에 한쪽 끝에 도달하니까.
난 저녁 먹은 것이 모두 소화가 되도록 골목을 거닐고 미아가 되어보았다. 누구라도 이곳에서 길을 잃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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