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 섬에는 고대 그리스 문명이 남긴 유적이 많다. 그 중에서도 나는 로도스 아크로폴리스를 찾았다. 시내에서 별 것 아닐 것이라 짐작하고 출발했는데 완만한 오르막을 한시간 가량 걷고 나서야 고대 스타디움이 나타났다.
스포츠 경기가 행해졌던 운동장이 전형적인 그리스의 긴 타원형으로 만들어져 있고 한 쪽 끝에는 작은 원형극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다를 굽어보는 스타디움으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태양은 어제처럼 오늘도 맹렬히 타오른다.
운동장 보다 약간 높은 구릉에 신전의 폐허가 보인다. 아폴론 신전.
높은 위치에 지어졌음에도 신전주변은 나무들이 푸르름을 뽐낸다. 가까이에는 노란 들꽃이 피어 여름을 찬양하고 있었다.
아폴론의 신전은 모두 무너지고 기둥 세개와 그것이 버텨낼 수 있을 만큼의 지붕이 남아 있었다.
신전의 기단을 이뤘을 것으로 짐작되는 돌 구조물만이 한때 이 신전이 얼마나 웅장했던가를 기억하고 무너진 돌 틈에서 돋아난 올리브 나무는 여신 아테나가 보낸 수호신처럼 신전을 지키고 있었다. 하늘엔 어떤 불순물도 없다. 푸르를뿐....
신전을 지나 오던 길로 고개를 돌리면 로도스 항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로도스의 아크로폴리스는 바다가 아름다운 언덕위에 있었다. 당대의 홍콩같은 엄청난 무역항이었기에 거기에 걸맞는 자랑거리를 세우려 했을 법하다. 지금은 사라진 콜로서스는 이 섬의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신전을 지나 계속 가면 로도스 항구의 반대편 바다가 보인다. 제법 깍아지른 절벽 아래 해수욕장이 있다. 반대편은 완만한 경사였는데.
그 언덕에서는 멀리 터키 땅인 육지가 뿌연 자외선 속에 보인다. 이곳의 자생식물 사이로 세일보트가 에게해를 가르고 있다.
오후의 해수욕장엔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다. 바다의 색은 꿈꾸는 듯한 에메랄드 빛에서 하늘 빛을 닮은 사파이어 빛까지 환상적이다.
아크로폴리스를 떠나 로도스로 돌아갈 때는 오래 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갔다. 포장도 되지 않은 오솔길 양 옆엔 집도 없는데 돌로 쌓은 벽이 이어졌다. 얼마나 전에 만들어 진 벽일까?
궁금증에 사방을 둘러보다 걸어 온 길을 돌아보게 되었고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이곳으로 유학왔던 줄리어스 시저가 걸었을 법한 길 양 옆의 돌 벽은 무너져 내려, 시간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데, 그 길의 끝에는 세월을 뛰어넘은 나무들, 그리고 티끌 한 점 없는 하늘. 발 아래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집터에 핀 붉은 꽃까지. 내가 두고두고 사랑하는 풍경을 담았다.
다시 찾은 로도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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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로도스 최고의 쇼핑가.
쇼핑가에서 갈라져 나간 골목길에는 이곳 주민들이 삶을 이어가는 집들이 줄지어 있다.
식당들도 이런 골목의 가정집 같은 곳을 개조해 정원을 만들고 야외 카페로 운영한다.
낮잠에 빠진 듯 한가한 로도스 골목길의 풍경. 벽에 기대 세워 놓은 의자 두개와 그 사이에 놓인 작은 티테이블에서 노인들은 한담을 나눈다.
벽에 붙여 내놓은 의자 두개와 앞에 놓인 테이블이 카페의 전부다. 나는 이 카페를 지나 골목 깊은 곳에 있는 정원이 아늑한 식당에서 수블라키로 늦은 점심을 떼웠다.
쇼핑가에서 그리스 신들의 청동상과 기념품을 무리하게 많이 샀다. 쇼핑가는 약한 내리막으로 바다를 향해 가는데 그 끝은 우물이 있는 작은 광장으로 이어진다.
성 안에서 본 방어 성채. 한 때는 위용을 자랑했겠지만 지금은 옆에 자리잡은 카페의 배경이 되었다.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가장 감격스러운 것은 수천년된 유적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지작 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적이 너무 많아 다 보호장치를 하려면 돈도 엄청들 것 같다. 로도스 시내에도 교회였을지, 누군가의 집이었을지 알기 어려운 건물이 지붕을 잃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었다.
나는 가방을 찾아들고 뱃시간에 맞춰 성밖 부두로 향한다.
성문에서 바라 본 바다 풍경. 백사장 너머로 코발트빛 바다가 펼쳐지고 그 오른편으로 아침에 입항한 크루즈가 보인다. 또 그 오른편 멀리 나를 태울 여객선이 보인다.
크루즈 쉽 앞 까지 걸어온 후 뒤로 돌아 내가 떠나 온 성벽을 바라보았다.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일주일을 더 있어도 볼 것이 끊이지 않을 곳이었다. 섬의 유명한 유적지 중 한군데를 보는데 그쳤으니. 떠나는 순간부터 그리워하게 된 로도스 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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