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크노소스에서 본 미노아 문명의 충격을 안고 다시 아테네로, 거기서 다시 로도스 섬까지 에게항공으로 이동했다.
섬은 그리스에서 크레타 다음으로 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오후 늦게 도착한 항공기에서 내려 약 한시간을 달려 호텔에 도착하니 8시가 넘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숙소까지 가며 발견한 것은 아름다운 해변의 백사장에 파라솔이 수백개씩 놓여 있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문명이 찬란하게 꽃피어서 로마의 젊은이들이 그리스 유학을 오는 대표적인 곳이었다는데 바다를 보니 공부때문인지 놀기위해서인지 약간 의심이 든다.
새벽에 꺠어 어제 보지 못했던 바다 풍경을 보는데 수평선에 크루즈 선이 보인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모든 지중해 크루즈의 단골 기항지라고 한다.
로도스 섬의 한 곳인 린도스 출신의 클레오블루스의 동상.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다."란 말로 유명한 그는 그리스 7현자 중 한명으로 칭송되는 사람이다. 고대 그리스에는 민주정과 참주정이 경쟁하던 시절이 있다. 참주는 영어로 tyrant라고 하는 독재자를 말한다. 다만 참주는 폭력으로 정권을 잡는 요즘의 독재자와 달리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독재를 했다. 아테네의 유명한 참주 페이시스트라토스는 귀족정치를 엎고 정권을 잡았지만 아테네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아테네 민주정은 참주정 후에 나타난다.
사실 로도스에 온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였다. 이 섬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콜로서스가 항구에 서 있었다. 태양신 헬리오스의 청동상인 이 조각은 높이가 36미터나 되었다. 요즘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키가 46미터이다. 기원전 305년 승전을 기념하여 12년간 만들어진 거상은 안타깝게도 기원전 225년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자유의 여신상보다 2200년 먼저 그런 청동상을 만들었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알렉산드리아 등대, 바빌론의 공중정원, 이집트 피라미드,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로스왕 묘지, 올림푸스의 제우스 상,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등과 함께 고대문명 7대 불가사의가 서 있던 곳에는 오늘날 발을 디뎠던 기둥위에 사슴 두마리가 서있을 뿐이다.
고대부터 사용했던 구 항구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있던 콜로서스는 바다 밑에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복원작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마침 아침 해가 콜로서스가 있던 곳에 찬란하다. 이 부유한 항구로 들어오는 배들이 이 섬이 태양신의 보호를 받는 축복의 땅이라 여겼을 법한 풍경이다.
항구 한편에는 항만관리청 건물과 해양 경찰등 관공서가 있다.
항구 근처를 한가로이 산책하고 있는데 초대형 크루즈가 섬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도선사가 탄 보트가 달리고 있다. 나는 부리나케 바다쪽으로 달려 크루즈 쉽이 보이는 건물의 2층 발코니 난간에 자리잡았다.
아침의 햇빛 속에 로도스 항의 방어성채를 향해 아주 천천히 항해하는 크루즈는 낭만적인 풍경이다.
배가 방어성채를 지나기 직전이다. 성채의 꼭대기에 누군가 깃발을 들고 서 있는데 사람인지 동상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무역 거점을 보호하는 성채는 해적이 난무하던 중세에 베니스 상인들이 세우고 군대를 주둔시킨 곳이다.
망원렌즈로 보니 크루즈 쉽의 발코니엔 승객들이 아침 해가 찬란한 로도스 항을 감상하고 있다. 내가 사람인가 착각했던 것은 등대로 사용하는 전등과 받침대였다.
크루즈는 이제 정박해야 할 위치에 다다른듯 거의 멈추었다. 그 오른편으로 옛 항구가 보이고, 그 입구에 콜로서스가 섰던 기둥 두개가 보인다.
콜로서스가 서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리스 정교회 교회에 들어갔다. 비잔틴 양식으로 장식이 된 교회는 서로마 지역에서 보던 것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벽에, 기둥에 성화가 가득하고 창문은 많지 않다.
마침 미사인지 예배인지를 시작하기 위해 사제가 향로를 들고 교회 안을 돌며 정화 의식을 한다.
태양신 헬리오스에게 행운을 빌던 자리는 이제 기독교의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장소가 되었다.
부두에서 발걸음을 로도스의 성쪽으로 옮긴다.
십자군 시절 예루살렘에는 4개의 기사단이 있었는데, 가장 처음 생긴 것이 성요한기사단이고, 병원기사단 또는 구호기사단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들은 예루살렘이 이슬람에게 점령된 후 예루살렘을 떠나 이곳 로도스에 둥지를 틀었다. 여기서도 병원을 짓고 구호활동에 나서는 한편 바다에 들끓는 해적들을 평정하고 로도스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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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쪽에서 성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20세기 전쟁에서도 수많은 총격을 당한 흔적이 남은 성벽이 인상적이다.
성 안에 들어서면 제법 넓은 길이 성벽을 따라 이어지고 군데군데 대포알로 쓰인 둥근 돌이 쌓여있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켜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킨 술탄 메흐메트 2세의 공격을 퇴치하기도 한 이 요새는 지금도 기사들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한 곳이었다.
하지만 성요한기사단도 이곳을 영원히 지키지는 못하고 정복당해 로마를 거쳐 몰타에서 마지막 명맥을 이어갔다. 이슬람의 섬이 된 후 세워진 것 같은 이슬람 사원의 종탑이 역사를 증언한다.
이곳에서 쫒겨나 몰타에 정착한 기사단의 단장은 '몰타의 매'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다. 마침 언젠가 벌어진 전투로 무너진채 남아있는 성벽위를 매가 고고하게 날고 있다. 눈을 감지 못한 단장이 다시 환생한 것인가?
어제 크노소스에서 나를 내려다 보던 낮 달이 로도스 성채 위에 떠 있었다.
로도스 성은 비극적인 곳만 있지는 않다.
길을 걷다 만난 이 울창한 가로수 숲길은 20여미터는 되어 보이는 나무로 가득해 뜨거운 그리스의 태양을 가려 거리 전체를 시원하게 해준다. 햇빛이 찬란하게 반사되는 푸르름 속에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면 행복한 만족감에 젖어든다.
길의 곳곳에는 작은 골목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사는 집도 제법 많아 재미있는 곳이 로도스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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