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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자유여행/세일링 요트 유럽자유여행

[세일링요트여행] 안드로스 섬 밧씨 Batsi 바람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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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에서 안드로스 섬의 가브리오 항까지 카훼리가 다닌다. 하지만 이곳은 여행객에게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에서 10여 킬로미터 남동쪽에 위치한 Batsi는 안드로스 섬에서 가장 매력적인 마을 중 하나이다. 해변과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바다는 맑고 에메랄드빛을 띠며, 수영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변은 조용하고 깨끗하여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대형 관광지들처럼 붐비지 않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마을 자체는 작아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으며, 그만큼 평온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현지 주민들은 매우 친절하고 따뜻하게 여행객을 맞이하여,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 특히, 해산물 타베르나에서 제공하는 신선한 요리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스 전통 요리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요리까지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오른편 끝의 2층 발코니가 우리가 첫날 점심을 먹은 타베르나


저녁에는 석양이 해변과 마을을 비추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며, 바닷가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Batsi는 소란 없이 조용하게 그리스 섬의 삶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여행지라 할 수 있다.

점심을 먹은 후 바람이 거세져 정박해 놓은 곳으로 파도가 심하게 넘쳐든다고 크루 한 명이 자꾸 걱정을 한다. 내가 보기엔 그 상황에 배를 옮겨 대는 것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못들은 척 했는데 와인을 마신 취기때문이었는지 자꾸 듣다보니 옮겨도 될 것 같다는 만용이 기지개를 폈다. 

개고생.

배를 옮기자고 앵커를 올린 순간부터 무려 4시간을 좁은 항구 안에서 별의별 짓을 다하며 고생했다. 좁은 공간에서 바람이 세게 불면 배 조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는데 그나마 위로할 만한 일이라면 결국에는 원하는 장소에 배를 정박시켰고 항만의 전기를 연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스키퍼는 단호한 판단을 해야 하지만 크루가 수 십년된 친구인 경우에는 마냥 냉정하게 대할 수 없다. 그가 초보라 하더라도.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으러 점심때 미뤄두었던 식당에 갔다.

그리고 북풍이 거세지는 밤을 정박한 배에서 보냈는데 항구 안인데도 잔파도가 잠을 방해했다. 

우리 일행은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갇히고 말았다. 이튿날 새벽. 잠을 설친 후 해상의 기상예보를 세심히 살펴보니 앞으로 2-3일은 25노트 이상의 바람이 거의 하루종일 분다고. 이런 경우 특히 돌풍이 심한 키클라데스에서는 순간적으로 30-40 노트의 바람이  불 것을 감안해야 한다. 

목적지에 회의가 있는 것도 아닌 휴가 세일링에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난 항해를 포기하고 밧시를 즐기기로 했다. 바람이 분다고 흐린 것은 아니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비치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비치에서 보는 바다는 잔잔해 항해를 떠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항구 안과 밖의 천지차이를 경험으로 알고 있는 스키퍼는 낮잠을 즐기며 에너지를 비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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