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이 놓인 돌계단 밑으로 짙푸른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자꾸 자꾸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잊혀질 것을 두려워 하는 것처럼...
온통 흰색인 마을은 강렬한 태양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고 발코니의 꽃을 가꾸는 아낙네의 모습이 평화롭다.
Oia에서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섬의 남쪽 끝의 Thira 유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티라의 대규모 거주지역 유적으로 가는 마지막 언덕. 힘들게 올라오는 여행자들 뒤로 에게해의 바다가 아름답다. M은 더위와 언덕길에 지쳐 저 아래에 머물로 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당시 사람들은 어쩌자고 차를 타고도 오기 힘든 이 높은 곳에 거주지를 만들었던 것일까. 인간의 암팡진 집념이 전해져 다시 내 등에 서늘한 바람이 인다.
유적.
땅 끝까지 길게 펼쳐진 수천년 전 사람들의 흔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신화가 내게 어떻게 차이가 있을까. 이곳은 신화의 땅. 나는 시공을 초월한 느낌으로 태양이 작열하는 지중해의 어느 절벽 위에서 세찬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천년이상 되었다는 초기 기독교의 교회 유적.
교회 유적 앞에는 높은 산이 가로 막고 있다. 돌산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몇몇 신전 유적을 지난다. 교회 그늘에서 쉬고 있는 M과 하산한다.
산 아래로 내려오면 바로 옆에 비치가 있고 식당들이 있다. 우린 점심을 먹기위해 비치가 식당에 자리잡았다. 쟁반에 생선, 새우, 랍스터, 조개류 등등을 그릴에 구워낸 요리를 그리스 맥주와 함께 포식했다.
식탁에서 바라 본 해수욕장. 잠시 몸을 담궜는데 수온이 높아 춥지도 않고 무척 맑았다. 멀리 보이는 절벽의 꼭대기가 티라 유적이다. 꿈 속인듯 느껴졌던 오후의 한 때.
케이블카를 타러 승강장으로 가던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장사진.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서있는 모양이 그랬다. 한참을 기다려 얻어 탄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풍경. 대형 크루즈 선 사이로 승객들을 태운 tender 배들이 분주하다. 다시 출항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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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다. 사진 오른쪽의 산 뒷편이 티라 유적이다.
안녕, 산토리니.
나는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며 그 가혹한 절벽의 단층이 흐릿해질 때까지 멀어지는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루즈엔 카지노가 있다. Lady M은 slot machine을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저녁먹고 카지노에서 놀기로 했다. cashier에서 약간의 돈을 바꾸니 칩 대신 금액이 적힌 빳빳한 종이 한 장을 준다. 이걸 slot machine에 넣으면 금액을 인식하고 게임을 끝낼 때는 잔액이 적힌 종이가 인쇄되어 나온다.
나는 poker와 black jack을 하고 wife는 전통의 pattern 맞추기식 게임기를 선택했다. 한 삼십분 놀고 나니 M의 전황이 궁금해 가 본다. 평소의 성격대로 종종거리고 계시는데 잔액을 보니 따고 있다! 난 내 게임은 접고 옆에서 응원 겸 구경을 했는데 20분쯤 후에는 jackpot이 터졌다. 대~박! 시작한 돈의 두 배 이상이 되자 lady M은 뒤도 안돌아보고 그만하고 가자고 한다. 과연 서울 깍쟁이다.
이렇게 시작한 우리의 놀음은 마지막 날까지 계속되었는데 첫날 beginner's luck이라고 생각했던 M의 행운은 매일 밤 계속되었다. 내가 그동안 타짜하고 살았었나? 우리 타짜께서는 좀 따면 바로 cash out하는 소심함 때문에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듯 하지만... 귀국한 뒤로 내가 "강원랜드 한번 가야지?"하고 놀려 보아도 들은 척도 안한다. 역시 타짜다운 냉정함이시다.
한몫 챙긴(?) 우리는 배안의 술집 중에 제일 어둑한 ensemble lounge 클럽에서 칵테일을 마셨다.
그런데 3인조 재즈밴드의 실력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자세히 보니 drummer인 사람이 리더인데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지 유명 아티스트와 공연한 사진들이 display되고 있었다. 안락한 일인용 소파에 나란히 앉아 5미터 앞에서 부르는 vocal과 피아노의 연주를 듣는 기쁨은 우리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리는 공연 중간 intermission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는데 가수와 리더는 부부사이였다. 나는 그들의 CD를 두 장 샀다.
여행은 어느새 반을 훌쩍 넘어버렸다. 천국에서 보내는 열흘 남짓한 시간이 무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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