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근처의 Delos섬을 가는 배표를 샀다. 약 30분 걸린다.
큰 배를 타고 올 때는 바다가 잔잔하다고 느꼈는데 200명쯤 타는 작은 배를 타니 제법 흔들린다. 벌써 뒤쪽의 아주머니는 멀미를 하는지 정신줄 놓으셨고 그 남편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잠에 골아떨어지셨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인가 보다.
부두에서 유적으로 가는 길에 한 여행객이 바다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것이 쿨하게 보여 한 컷....
델로스 섬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어서 모자를 항상 잡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여신 Leto는 제우스의 바람기에 희생되어 임신을 하고 헤라의 미움을 받아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야 했다. 해산일은 가까워오고 초조해하던 Leto여신을 떠돌이 섬 Delos가 받아들여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낳도록 하였다.
너무나 많은 신전의 폐허에 하나 하나 이름을 확인하는 것 조차 힘이 들어 시들해질 즈음 M이 좀 쉬었다 가자고 한다. 우리는 어는 신전의 주춧돌에 앉아 바람을 쐬었다.
델로스의 상징 사자 석상들이 나란히 서있는 신전의 유적. 작디 작은 섬 전체가 신전 유적이다.
한때는 지금의 홍콩처럼 로마시대 최고의 DUTY FREE 구역으로 번영을 구가했다고...
이 섬 때문에 그리스 인들이 오랜 세월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키운 로도스 섬이 쇠퇴해버리고 말았다는데 지금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너진 돌무더기 외에...
바람을 뒤로 하고, 신전들도 뒤로 하고 우리는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이곳을 무인도로 남겨둔채.
이 섬이 신화가 깃든 마지막 기항지 여서 인지 거센 바람은 더욱 내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M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돌아가는 배 시간이 되어 간다며 앞서 간다. 나는 자꾸만 걸음이 쳐진다.
느린 내 걸음을 붙잡고 늘어지려고 레토가 보낸것인가?
걷다 돌아보기를 반복하는 나를 흰 구름이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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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결국 부두에 왔다. 조각배는 몇살이나 되었을까? 멀리 수천년된 유적이 보인다.
미코노스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타고 델로스 섬의 마지막 인상을 사진에 담았다.
open deck에 있는 천연 잔듸밭에서 와인을 마시며 밴드의 음악을 들었다. 크루즈의 직원들은 곳곳에 담요와 쿠션을 가져다 놓았고 우리처럼 마실 것을 주문하면 목욕탕 의자같은 귀여운 나무 테이블을 가져와 촛불까지 켜 주었다. 천국같은 하루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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