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멀리 베수비오 화산이 구름에 가려있는 아침이다.
조각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아침 바다에 나와 있었다.
일요일이었다. 신화의 세계에서 헤메던 정신은 벌써 추억을 더듬는 듯 미항이라는 이 항구를 보는데도 감흥을 느끼기는 커녕 상심한 사람처럼 유럽여행 가이드는 조금 심드렁하였다. 항구의 중요성을 웅변하듯 방어 성채가 강력한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는 나폴리 항구였다.
기항지 프로그램으로 예약한 버스를 타고 한시간 이상을 달려 가곡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도시 소렌토에 갔다.
가곡 ‘가고파’와 함께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노래의 배경인 소렌토는 우리 눈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내 마음이 허전한 탓일까?
언제나 푸근하게 느껴지는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가 정겹게 소박하다.
도시의 중심인 광장에는 카페들이 야외에 그늘을 만들어 놓고 있다. 주어진 자유시간 동안 우리 두사람은 이 카페에서 젤라또를 먹고 오가는 사람 구경을 하였다.
성당안이 온통 흰색으로 치장된 독특한 모습.
옆을 보니 신부가 복사에게 무언가 가르치고 있다. 새로 임명된 복사에게 미사 절차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겠지.
점심 때가 되어 다시 나폴리에 돌아왔다. 점심도 먹고 아이쇼핑도 할 겸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갤러리아 움베르토 쇼핑몰을 찾아 갔다. 아뿔싸 가게가 모두 닫았다.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일요일에는 이런 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일요일을 대목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와 이곳은 다르다.
1780년부터 마가리타 피자를 팔았다는 피자집을 찾아갔지만 휴무. 하는 수 없이 배로 돌아가는 큰길로 나오다 마주치 피자리아에서 마게리타 피자로 점심을 해치웠다. 걸어다닌 거리에 비해 소득이 참 적은 오후였다.
배에서 마지막 저녁 식사. 기념으로 메인 코스 요리를 한 컷 찍어 둔다.
저녁을 먹고 대극장으로 쇼를 보러가는데 쇼핑아케이드에선 세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하는 팻말. Hennessy XO cognac이 하나사면 하나 공짜로 주는 buy one, get one free sale을 한단다. 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최고급 술에 그런 행사를 하다니. 또 폴란드 산 프리미엄 보드카 Belvedere도 거의 거저 준다. 난 보드카 두병 코냑 두병을 기쁜 마음으로 샀다.
가는 밤이 아쉬워 바에서 와인을 한 잔씩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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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 우린 처음으로 룸서비스로 밤참을 먹었다. 식당에 있는 음식 모두는 룸서비스로도 서비스를 하는데, 시켜본다고 하면서도 한 번도 못했었다. 숙제하는 기분으로 시킨 시저샐러드와 모듬 치즈는 5성급 호텔의 룸서비스 메뉴와 같은 수준으로 괜찮다. 더 중요한 것은 룸서비스도 크루즈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크루즈를 떠나던 첫날, 배달된 선상 신문에 난 일정표 마지막에 써있던 말이 생각났다.
"after these days, we will take you back to the real world."
그렇다. 그동안 이세상 같지 않은 세상에서 행복했다. 그리고 이제는 저 험한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아쉬움 속에 지난 열흘을 달콤한 꿈처럼 곱씹으며 신화의 세계에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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