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하루도 안되는 시간동안 정말 힘껏 바르셀로나를 구경하고 다녔다.
밤 10시에 호텔기차에 몸을 싣고 그라나다를 향해 출발한다. 두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방은 창문 가에 세면대가 있고 그 반대편에 침대와 소파가 있다.
밤새 달려가는 기차는 아무리 호텔기차라고는 하지만 철길에서 생기는 소음을 모두 차단하지 못해 잠자리가 불편하다. 침대도 비교적 양호했지만 조각 잠을 자며 하루 밤을 견딘다. 대학생은 여섯명이 들어가는 쿠세트에서도 자며 다니는데 독방에 누워서도 못자다니... 나는 spoil된 자신을 탓한다.
어느덧 새벽이 다가오고 안달루시아의 산하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간을 절약할 욕심에 탄 야간 호텔열차가 그라나다 역에 도착하고 있다. 오전 8시. 나는 큰 짐을 플랫폼에 있는 락카에 집어넣고 카메라가 든 배낭 하나만 매고 역을 나선다.
소박한 시골역 앞에는 작은 분수와 로터리가 있고 대중교통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동안 망설이다 택시를 타고 알함브라로 간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도 없는 분수정원.
계단의 손잡이 레일은 홈이 파여있고 물이 흘러간다. 아랍 건축의 수로 기술이 상당히 발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혹독한 자연조건에서 이슬람 사람들이 천국이라고 여기는 푸른 정원을 가꾸는 것은 무척이나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나다 본 건물과 작은 연못의 천국같은 모습에 길에서 빠져나와 발걸음을 멈춘다.
아무 흔들림도 없는 물에 비친 정원과 건물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머리에 그라나다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남았다.
왕비의 방인지, 외교사절을 접견하는 방인지 분명치 않은 곳에서 본 알함브라 건너 언덕에 자리잡은 그라나다 마을의 하얀 집들. 그리고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창틀의 모습
붉은 색이 도는 기와는 이곳의 특징인데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이슬람 왕국의 영광을 뒤로하고 사라져간 왕족들이 저 회랑을 거닐며 세계의 최첨단 문명을 뽐내기도 했을 것을 생각하면 역사의 흐름은 참 야속한 것이다.
사자 상들이 받들고 있는 그라나다 최고의 유물이 있는 작은 정원. 화려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화려한 조각을 새기게 만들며 사람을 착취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구원을 향한 열망? 아마도...
그라나다는 이슬람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세운 마지막 왕궁이었다.
그리고 그 왕궁을 지키는 방어 성채는 언덕위에 웅장하게 서있다. 그 위에 올라가면 넓은 평원을 지나 온 강력한 바람을 맞게 된다. 기독교인들이 무리지어 달려오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보았을까?
궁전의 아름다운 기와 지붕 구조 그리고 교회 십자가. 이곳이 기독교인의 땅임을 선포하는 듯, 무심한 구름이 비껴가는 하늘이 아름답다.
이런 것이 천국의 모습이라고 부르는 것이었을까. 뜨거운 한낮의 태양아래 정원수와 함께 아름답게 조성된 분수는 열기 속에 초현실적이다.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섰다.
택시를 타고 역으로 돌아가 기차시간표를 확인하니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기차는 버스보다 돌아가는 바람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난 locker에서 짐을 꺼내 다시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버스로는 한시간, 기차로는 환승해가며 두시간 이상을 가야하므로 버스를 탄다.
버스 안에는 배낭여행을 하는 미국에서 온 대학생들이 좌석의 1/3은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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