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에서 우리의 호텔은 유럽자유여행의 목적에 부합하게 알함브라 궁전이 마주 보이는 알바이신 지구에 잡았다. 그리고 호텔이 있는 지역은 등록된 차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어서 입구에서 호텔에 연락해야 통과할 수 있는 바리케이드가 있다. 경차가 한 대 겨우 지날 수 있는 길에서 유턴까지 해가며 호텔을 찾았다.
전통 가옥 방식으로 지어지 호텔은 안 뜰이 깔끔하고 객실도 잘 관리되어 있었다. 맞은 편 언덕에 알함브라 궁전이 보이지만 오늘 그곳엔 가지 않는다. 알바이신 지역을 구경하며 그라나다 중심가를 향해 내려갔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게된 사진학교 내부의 모습이다. 학생들의 과제전이 진행되고 있어 뜻하지 않은 눈이 호강을 했다.
사진학교의 대문과 바깥의 골목 풍경. 길은 그라나다 중심가로 내리막이고 바닥은 작은 자갈로 촘촘하다.
내려가다 뒤돌아 오던 곳을 보다. 사진학교 정문은 여느 가정집 같았다.
미로같은 골목길에서 길을 잃는 것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내려가면 되니까. 그라나다의 중심 도로에 도착하는데는 약 10여분이 걸렸다.
중앙로를 따라서 제법 큰 개울이 흐른다. 그 옆으로는 수많은 상가들이 영업을 하는데 다른 편엔 성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2월의 흐린 하늘이 도시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헐벗은 나무는 이제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어디에선가 출발한 냇물이 제법 빠르게 흘러 내려간다.
약간 쇠락한 듯한 기와와 흰 벽돌 담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자유여행의 여운으로 오래 기억된다. 작은 골목에는 숨은 보석 같은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기와 지붕. 우리나라에도 기와 지붕이 있지만 이곳에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또 북 유럽에서 보는 붉은 기와지붕과도 다른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색감이 일품이다.
골목길 군데군데 오렌지 나무를 볼 수 있다. 수확철이라 붉게 열린 과일이 초록과 대비를 이루어 예쁘다. 여름에 왔을 때는 저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너무 더워 볼 겨를조차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겨울여행은 차분하다.
눈을 들어 보니 반대편 언덕 꼭대기에 알함브라 궁전의 일부가 위용을 자랑하며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저녁에는 플라멩코 공연을 보러 갔다. 알바이신 지역에서 걸어가면 내리막으로 십오분 정도 되는 곳인데 피곤하여 택시를 탔더니 그라나다 중심으로 돌아가느라 30분이나 걸렸다.
영혼의 플라멩코는 마드리드나 세비아 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무거웠지만 집시의 삶이 지닌 애환을 잘 표현해 내었다. 마치 포르투갈의 파두 fado처럼...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공연장 주변을 산책하였는데 마을이 작고 소박해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공연시간이 가까워 오자 사람들도 하나 둘 모이고, 우리 옆으로 머리가 긴 남자가 기타를 들고 지나간다. 연주자인 모양이다.
공연장은 식당을 겸하고 있었다. 좁은 통로를 지나면 약 50명 정도가 들어갈 공연장이 나온다. 호텔 안주인이 추천할 정도로 음식과 음악이 훌륭하다.
공연을 마치고 플라멩코의 여운을 씹으며 호텔로 산책하며 돌아갔다. 약간 언덕길이지만 힘들 정도는 아니고 맞은 편에 보이는 알함브라, 알카사바 등이 야경을 뽐내고, 가는 길도 조용하고 상쾌하였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알함브라에 갔다. 서둘렀는데도 어느 새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도 일부 도착해 있다. 맞은 편에 알바이신 지구가 하얀 마을의 모습으로 아침을 맞는다.
입구를 지나면 나타나는 길은 훤하게 뚫려 있지만 그 옆으로 작은 소로가 평행하게 펼쳐지는데 마치 나무들의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
아랍인들은 물이 귀한 곳에서 살던 민족이라 천국의 필수요건이 분수라고 한다. 이곳에도 군데군데 작거나 큰 분수 또는 water fountain이 있고 물 흐르는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낮게 드리운 구름과 알함브라 그리고 언덕아래 마을까지 한참을 바라본 풍경이다.
헤랄리페 궁전에서 바라 본 알카사바는 언덕 아래 평원을 묵묵히 내려 보고 있다. 저 들판이 중무장한 기독교 군사들로 가 득찼을 1492년 1월 2일, 고립무원의 이 언덕 위에서 무하마드 12세가 항복함으로써 스페인을 수백년간 지배했던 이슬람 이 무너졌다.
전쟁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곳곳에 치졸한 새김이 남아 있다. 아랍식 문의 지붕에 유럽 어느 왕가의 문양인 사자 상이 놓여 있다. 정복의 징표처럼...
사자 두마리 조각 뒤고 아치가 아름다운 궁정의 스토아가 보이고 기둥들 너머로 알바이신 지구가 보인다.
벽에 기대 자란 오렌지 나무. 나머지 반은 벽 건너편에서 자라고 있을 것 같은 반원이다.
목욕탕으로 쓰인 곳의 내부는 아직도 견고하다. 배기가 잘되도록 만들어진 구조는 당시 이슬람 사람들의 문명이 기독교인들의 것을 한참 넘어선다는 것을 알려준다.
알함브라의 정수가 있는 곳에 왔다. 왕비의 방, 대사의 방, 등등... 벽하나에 저런게 정성을 들이는 것이 왕이 사는 곳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조각으로 채워진 벽.
천정 역시 평평한 곳이 없고 온통 벌집같이 작은 울퉁거림이 가득하다.
아이 손바닥 만한 공간도 장식없이 놔두지 않는 이 엄청난 작품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내부 정원의 모습. 직선과 곡선. 직선 안에 있는 곡선. 등 매우 복잡한 선들이 엉키지만 자연스럽고 번잡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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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 창문은 유리같은 것으로 막혀있지 않다. 꿈 속 같이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장식이 있는 창.
외부에서 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모습. 그 속에 엄청난 보물을 간직하고...
알카사바. 하늘은 암울하다. 이곳을 지키던 장수의 운명처럼.
요새에서 보이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위용. 저 산악의 도움으로 마지막 명맥을 이었다는 그라나다의 이슬람 왕국도 결국 멸망하고 이베리아 반도는 다시 기독교의 땅이 되었다.
한 줄기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밀며 떠나는 여행객을 환송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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