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의 파라도르에서 보낸 하루는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 주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조용하고, 안락한 것이었다. 반복 해서 느끼는거지만 파라도르는 우리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아침 일곱시가 되도록 한번도 깨지않고 나무토막처럼 잘 자고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고 길을 나선다.
몬세라트 수도원.
약 70킬로미터 떨어진 곳인데 얼마지나지 않아 눈이 덮인 설산들 사이로 보기에도 험악한 바위산이 나타난다. 수십킬로미 터 밖에서도 한 눈에 심상치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그곳이 바로 우리의 목적지였다.
수도원으로 오르는 길은 아직도 포장이 되지않은 산길이었다. 내려오는 차는 없고 오르는 차가 줄을 지어 거북이 걸음을 하더니 정상을 300미터 정도 남겨 놓고는 아예 서버렸다. 정상에 있는 주차장이 꽉 차버려 나오는 차가 있어야 한대가 올 라가는 형국이었다. 난감해하다 차를 돌려 내려왔다. 차 두대가 겨우 지나는 길. 한쪽은 깍아지른 절벽. 수동 기어. 자칫 차 가 울컥거리면 천길 절벽아래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
식은 땀나는 상황을 잘 극복하고 산을 내려와 기차역을 찾아간다.
두 사람을 태우고 오르내리는데 17 유로. 싸지 않은 요금이었지만 몇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오르는 길에 기차 창밖으로는 무시무시한 절벽이 위용을 자랑한다.
정상에 거의 도달할 무렵 창밖으로는 우리가 올라온 산의 장관이 펼쳐지고 철도는 실핏줄처럼 그 중간을 지나간다.
코엘류의 Historian에 등장하는 수도원. 묘한 스산함을 표현한 소설 속 분위기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흔적도 없고, 순례객 들로 붐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돌산과 나란히 선 십자가 뒷편으로 펼쳐진 시린 하늘.
신이 위대한 것인가. 그런 신을 만들어내고 숭배하는 인간이 위대한 것인가. 그렇게 올라왔음에도 바위 산은 건물들 위로 한참을 더 뻗어 나간다.
높이 오르려는 인간의 열망은 신에게로 다가가려는 욕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험준한 산 정상에 수도 사들이 모여들지 않았을테니까. 높이 오르려는 욕구는 지방의 민속놀이로 남았는지 사람들이 탑을 쌓는 경연을 벌인다. 마 지막에 오르는 것은 아주 작은 소년인데 위험천만해 보이건만 잘도 오르 내린다.
수도원의 성당에는 신의 은총이 가득한 느낌이다. 마침 미사가 진행되었는데 제단 중앙의 사제가 무릎을 꿇고 뭔가를 낭송 한다. 엄숙하고 평화로운 기도 소리는 이곳이 영험한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사람들은 또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멀리 보이는 산 정상을 향해 더 올라간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어 서서 이곳의 시간과 아름다뭉에 좀 더 취해보기로 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 가서야 멈추는 것이 꼭 답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며...
바르셀로나에서 당일치기 관광이 가능해서인지 사람을 싣고 온 버스가 끝없이 들어오고 엘리베이터에서도 사람들이 계속 나온다.
기념품 가게 또한 규모가 상당하고 너무나 다양한, 아름다운 물건들이 즐비하다. 우리는 이것저것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어렵게 사기로 만든 천사상을 고르고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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