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아는 헤라크리온에서 크레타 섬의 북쪽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약 35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이다. 청동기시대 때 이 근방에는 크노소스, 파이스토스에 이어 세번째로 큰 미노아 문명의 궁전이 있었다. 이 궁전 유적은 지금의 말리아 시에서 동쪽으로 약 3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해안에 위치한 이 궁전은 미노아 문명이 북쪽의 그리스 본토와 교역을 벌이는 거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 산을 배경으로 키가 2미터는 됨직한 토기들이 서 있다. 감탄스러울 뿐이다.
말리아의 미노아 궁전은 크노소스 궁전과 같이 1900BC 경에 지어졌다. 그리고 다른 미노아문명의 궁전들 처럼 1650BC에 파괴되었다. 지금의 산토리니 섬 화산 폭발때문에 생긴 쓰나미가 크레타를 휩쓴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재앙도 미노아 인들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고, 폐허 위에 새로운 궁전이 선다. 그리고 또 200년. 미케네 문명이 크레타를 공격하고 그 혼란 속에서 궁전은 1450BC에 화재로 파괴되고 버려지기에 이른다.
고고학 발굴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유적에는 작은 박물관이 딸려 있다. 그 곳에 옛 궁전을 북쪽에서 본 모습을 재현한 사진이 있었다. 그리스 본터에서 오는 배의 선원들이 경탄 속에 바라보았을 3650년 전에 지은 건물의 모습은 너무나 현대적이다.
바다에서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말리아 유적은 평지인데 나무마저 거의 없어 작열하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지난 삼천몇백년 동안 한결같이...
그런데 유적 곳곳에 어른 키만한 장독들이 보인다. 도대체 저렇게 큰 장독을 만드는 가마는 얼마나 커야하는지, 그리고 그 큰 가마의 온도를 어떻게 균일하게 제어했는지, 엔지니어의 호기심이 작동한다.
아무튼 크레타의 궁전은 백성들이 사용할 모든 물건을 저장하는 역할을 했으니 큰 용기는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발굴이 진행 중인 지하실에서 구멍이 숭숭난 바윗돌을 발견한다.
세월이 남긴 흔적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 세월의 흐름을 부정하듯 변형이 없는 돌들이 가지런히 담을 이루고 있다. 누가 옳은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것.
궁전의 일부였을 것 같은 곳은 제법 넓직한 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방들을 구분 지었던 돌 담에 사용된 벽돌들이 드러나 있다. 수천년 전에는 저 벽들도 아름다운 칠로 덮혀 있었을 것이다. 방의 입구에는 두칸짜리 계단이 놓여 있다.
궁전의 평면도는 크노소스의 것처럼 미로를 연상하게 할 만큼 복잡하다. 2천평이 넘는다. 이곳에도 중앙에 관료들이 국정을 논하는 조정(Great Court)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그 동쪽에는 여러개의 저장고가 줄지어 있다. 궁전의 입구는 내륙 방향인 남쪽이다.
조정으로 접근하는 주 출입구에는 지금까지도 완벽한 모습을 간직한 계단이 있다. 높은 곳을 가기 위한 실용성보다는 걷는 사람의 위엄이 드러나도록 넓직하고 완만하게 만들어졌다.
계단 끝은 조정으로 이어지며 조정은 남쪽 출입구로 향한다. 아직도 포장이 대부분 남아있는 훌륭한 길이다.
이 길에는 묘한 물건이 놓여 있다. 불 피울 때 쓰는 것인지 나무 끝을 대고 돌려대서 생긴 것 같은 자국이 여러개 있다.
궁전의 서쪽으로 가는 계단 위에 서면 궁전의 유적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지는 한껏 달아올랐고 인적은 드물다.
말리아 궁전에서 출토된 유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청동기 시대의 단검이다. 헤라크리온의 고고학 박물관에 모셔져 있는 청동 단검의 손잡이 금장식은 미노아 문명이 상당히 세련되고 우아했음을 증언하고 있다.
조정의 동쪽에 북쪽으로 뻗은 통로는 좌우에 작은 방들이 늘어서 있다.
단순한 저장고라고 하기엔 웬지 부족한 듯하다. 이곳에서 일부 생산활동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방에는 어른 키만한 토기가 들어서 있다. 미노아의 궁전은 창고가 매우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한다.
궁전의 북서쪽 끄트머리에는 여덟개의 동그란 곡물저장소가 있다. 지금은 깊이가 없어 보이지만 상당히 깊이 파서 곡물을 저장했다고 한다.
말리아의 궁전에서 발견하는 고대의 유적과 달리 현대 말리아는 젊은이들의 열정으로 가득한 여름 휴양지이다. 특히 영국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 아마 1898년부터 한동안 영국령이었던 과거와 관계가 있는 듯 하다. 그리고 크레타 섬 내의 여러 관광지 중에서 중요도는 조금 떨어 지는 듯한 느낌이다.
에게 해는 특별하다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색을 뽐낸다. 바다와 하늘의 색은 모두 터키석 빛이다. 산이나 육지가 없다면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다.
마을 또는 도시의 규모에 비해 비치에 세워진 파라솔 수가 상당하다. 아마 여름엔 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크레타의 마을이 이러하니 유럽 사람들, 특히 북유럽 사람들의 크레타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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