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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샹그릴라! 그리스!/그리스여행기

[두번째 그리스 여행]37 크레타 아요스 니콜라오스 Agia Nikola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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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그냥 읽으면 아기아 니콜라오스, 이곳 사람들의 발음은 아요스 니콜라오스. 이 어촌 마을은 말리아 궁전 유적에서 동쪽으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이곳은 바닷가 마을치고 상당히 번화하다. 중심에는 잘 차려입은 여인처럼 화려한 쇼핑가도 있고, 바다를 따라 아름다운 식당, 카페 등이 줄지어 있는 좋은 휴양, 레저 마을이다. 거기에 더해 인근에 찾아 볼만한 미노아 문명 유적지인 라토 Lato까지 있다. 

말리아 유적을 살펴보고 깔끔한 바닷가 식당에서 향기로운 음식과 와인을 맛보고, 하룻밤을 묵어가기에 적당하다. 

그리스 지명에는 아요스, 영어로 Agia로 시작하는 것이 가끔 눈에 띄는데 Saint 즉, 성인이란 뜻이다. 성니콜라오스는 뱃사람들의 수호신이어서 바닷가 마을의 이름으로 그리스의 여러 곳에서 사용된다.


아요스 니콜라오스 역시 1100BC경 도리아 인들이 세운 마을이다. 사실 그들은 내륙 산악지대의 요새도시 라토 Lato를 먼저 건설하였다. 그 후 사회가 안정을 찾으면서 요새보다는 교역에 유리한 해안으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아요스 니콜라오스를 건설하였다.

현대 고고학계는 도리아 인의 대규모 침략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였고 전설이 틀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천년 전에 일어난 일을 오늘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지금부터 삼천년 후, 인류가 컴퓨터와 인터넷이 뭔지 모르는 미개 상태로 돌아간다면, 그들은 1990년 이후 인쇄된 신문이 거의 사라진 현상을 보고 문명이 암흑기로 들어섰다고 하지 않을까?

고고학 발굴을 통해 3500BC 이전 신석기시대에 이곳에 살던 사람의 주거지를 발견했다.

 유적의 무너진 돌담과 뜨거운 태양의 살인적인 더위에 비하면 이 휴양지에서의 오후는 낙원에 가깝다. 소박한 펜션에도 에게해가 보이는 발코니가 있고, 

저녁에 마을 댄스 경연대회에 나간다는 주인 모녀는  침대 정리를 예쁘게 해놓았다. 

기분좋은 수다를 재잘거리는 두 여인을 뒤로하고 방에 들어와 씻고 낮잠을 청한다. 에어컨이 작동하는 실내는 시원하지만 덧창 밖의 대지는 하얗게 불타오르고 있다. 

여름에 그리스를 여행하려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의 한 낮엔 바깥에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늘도 없는 땡볕.  섭씨 40도를 훌쩍 넘어가니 현지인들도 거리에 잘 다니지 않는다.  

해가 살짝 기우는 오후 6시경 숙소를 나서 에게해를 보며 마을 산책을 한다. 올리브 오일 같은 지역 특산물을 파는 가게 앞에 작은 나무그늘, 그리고 의자 두개가 주인을 기다린다. 

이곳 사람들은 낙천적이다.  

매일 하늘이 찬란한 태양으로 가득하고, 바다가 저렇게 아름다운 색을 뽐내는데 어떻게 비관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밤이 깊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침 보름달이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통영 앞바다처럼 작은 섬들이 있어 아름답고,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로 달빛이 부서진다.  

새벽 잠결에 발코니 밖을 보고 놀라 일어난다.    

어제 밤에 보여 주었던 달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바다와 하늘을 가릴 것 없이 온통 오렌지 빛이다. 포세이돈의 등줄기인 듯, 나즈막한 앞 섬이 있어 하늘과 바다를 분간한다. 

에게해의 아침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해가 솟아 오르려는 동쪽 하늘은 노을과는 또 다른 붉은 아름다움을 뽐낸다. 옷을 입고 카메라를 챙기는 사이 바다는 또 다른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차를 몰고 페리 부두로 향했다. 아직 어둑한 사방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특한 배는 마치 예인선처럼 힘 좋게 생겼다. 길이는 짧고 높이는 같은 규모의 배들과 비교해 상당히 높다. 

드디어 낮은 모래 언덕 너머에서 붉디 붉은 점이 나타났다. 

한가한 부두에는 낚시꾼 두세명이 오늘의 운을 시험하고 있고, 그 뒤로 아폴로의 태양마차가 하늘로 날아 오른다. 

에게해의 뜨겁고, 찬란한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초를 다투며 빠르게 올라오는 태양과 오묘하게 붉은 물결을 사진에 담는다. 오랜만에 정말 아름다운 일출을 보는 운수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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