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푸 섬의 모습은 마치 인자하신 외할머니의 품과 같다.
어쩐 일인지 어려서는 외할머니께 유독 떼를 썼던 기억이 난다. 뭘 사달라거나 해달라고 하면 안된다고 하실 때도 많았지만 끝까지 우기면 못이기는 척 내 청을 들어주셨던, 언제나 내 편이셨던 외할머니.
돌아가는 길에 지나는 마을 어귀에 마침 누군가의 외할머니이실 것 같은 여인네들이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얘기를 나누고 있고 길건너편으로는 조금은 더 초라한 노파가 땅바닥에 앉아 쉬고 있는 나른함이묻어나는 풍경이다.
그녀들에게 저 깃발은 아무 의미가 없다. 누군가는 그 깃발을 위해 죽어가기도 하지만...
이 섬에도 올리브 나무는 지천이다. 아테나가 아테네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 축복같은 나무가 수확철을 맞은 듯 나무마다 넓은 행주치마를 두르고 있다. 나무등걸 중간 중간에 구멍이 나 있어 제법 나이들어보인다.
낮잠에 빠진 듯 적막한 언덕 위의 마을이 너무 좋아 차를 대놓고 걸어 다닌다.
화분이 놓인 발코니과 낡은 자동차가 이 마을의 중앙로 풍경이다.
마을 중앙로의 오른편은 바다로 이어지므로 내리막이 심한 골목 양편으로 집들이 있다.
내리막 골목의 반대편은 산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골목들이다.
다음 목적지에 늦게 도착해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곳의 아름다움에 충실하는 것이 나의 선택이다. 골목 가운데에서 발견한 창문은 사람이 사는 곳 같았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다른 찍사가 옆에 와서 작업을 시작한다.
골목마다 사람사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 풍경이다. 관광용으로 치장하지 않은 진솔할 모습이 더 큰 여운으로 남는다.
삼십평도 안되어 보이는 광장에 트럭이 서있고 뒤편 지붕 너머로 바다가 아스라하다.
거칠게 쌓아 올린 돌담을 가진 집의 대문. 어느날엔가 문득 보게 된 외할머니의 주름진 손등이 떠오르는건 무슨 이유일까?
거친 돌 벽과 색이 다 벗겨진 나무 문의 텍스쳐가 대비되며 조화를 이룬다.
기와는 이제 우리나라의 시골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다. 푸른색이나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른 것 같은 양철지붕만 가득하다. 색이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멀리서 보면 더 멋드러진 그리스의 기와는 스페인의 것과 닮았다.
다운타운에 내려오니 녹음이 우거지고 차들이 갈길을 재촉하는 가운데 바닷가의 성채가 홀로 한가하다.
상당한 거리를 걸어서인지 식곤증인지 운전 중에 잠이 쏟아진다.
유명한 비치와 물위에 떠있는 듯 아름다운 블라케르나 수도원에 겨우 도착하고 쓰러진다.
먼저 수도원 구경을 하랬더니 lady M은 자는 나를 먼저 구경하느라 사진까지.... 그것도 모르고 난 잠에 빠져 들었다.
뜨거운 태양아래 하얗게 빛나는 수도원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이 수도원 벽에 기대어 한숨 돌리고 있는 뜨거운 여름날의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지붕의 기와와 굴뚝 그리고 하늘의 대조적인 모습. 형편없는 솜씨로 만들어진 굴뚝이 오히려 문화재 같이 보인다.
수도원의 입구는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다. 유명세는 세속의 것이라는 듯 그저 차분할 뿐이다.
출입문 위에는 두개의 종이 매달려 있고 그 위로 십자가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흰 구름 한조각이 어우러졌다.
수도원의 안뜰 모습. 그리스가 여름에 특히 건조한 탓에 푸른 식물이 자라고 있는 곳은 낙원처럼 느껴진다.
작은 예배당에는 촛불들이 켜져 있고 몇몇 사람들은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시내로 가기 위해 나오는 길에 보이는 비치 파라솔이 놓인 해변의 모습. 바다 건너로 또 다른 육지가 보이고 구름이 평화롭다.
수도원 앞에 작은 무인도 역시 녹음이 우거졌다. 파워 요트가 한 척 정박하고 해수욕을 한다.
돌아다 보니 수도원 벽 그늘 아래에 아까와는 다른 사람들이 기대어 쉬고 있다.
해변에 비치 파라솔을 만원이다. 만국기까지 걸려있는 해수욕장의 모습이 이채롭다.
다운타운의 노천카페마저 낮잠을 청하는 듯 인적이 뜸하다.
빨래 한번 잘 마르겠다.
로마시대의 유적같은 건물의 회랑에 앉아 다리를 쉬는 젊은 여행자들. 더위에 지친 그들이었지만 자신들 앞을 지나는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무시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였다.
한참을 쳐다 보고 있다. 귀여운 것들...
시내 번화가는 가로수가 푸르게 심어진 곳이었는데 해군 기지 앞에 어뢰를 전시해 놓았다. 이 섬은 오스만 터키가 지중해를 휩쓰는 16-19세기 동안에도 한 번도 그들에게 함락되지 않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한 낮의 오픈카페에는 손님들도 뜸하다. 하얗게 타오르는 태양만 이글거린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판대는 지친 여행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구름 한 점이 없는 하늘이 아름답다.
태양이 뜨거울수록 과일은 달다. 제법 규모가 있는 과일집 딸내미가 진열된 상품들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이 제법 심각하다.
고대로 부터 상업이 발달했던 코르푸의 상업지역은 만만치 않게 번잡하고 물건도 넘쳐난다.
백인 여성 한 명이 가짜 명품 백을 파는 가게에서 열심히 쇼핑 중이다. 한 때 서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던 풍경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상가 모습은 마치 우리의 남대문 시장같다.
data-matched-content-ui-type="image_stacked" data-matched-content-rows-num="4,2" data-matched-content-columns-num="1,2"
크루즈 출항 시간에 맞춰 돌아가는 길에 고대부터 내려온 항구 근처를 지난다.
오후의 빛이 건물들의 흰벽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떠나는 배와 반대 방향으로 하루의 작업을 끝낸 어선이 귀항하고 있었다.
이전 글
2018/11/27 - [크루즈여행] - 코르푸 팔레오카스트리차 수도원과 앙겔로카스트로 절경[커플 유럽자유여행 21]
2018/11/20 - [크루즈여행] - 중세도시 코토르, 몬테네그로 여행하는 방법- 아드리아해 크루즈 [커플 유럽자유여행 17]
'크루즈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드리아해 크루즈여행: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커플 유럽자유여행24] (0) | 2018.11.30 |
---|---|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크루즈 여행 풍경 [커플 유럽자유여행23] (0) | 2018.11.29 |
그리스 코르푸 팔레오카스트리차 수도원과 앙겔로카스트로 절경[커플 유럽자유여행 21] (3) | 2018.11.27 |
케팔로니아 - '캡틴 코렐리의 만돌린' 속 절경과 멜리사니 동굴 여행 [커플 유렵자유여행 20] (1) | 2018.11.24 |
아드리아해 크루즈여행: 아테네로 항해하는 sea day 즐기기 [커플 유럽자유여행 19] (0) | 2018.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