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는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에게해의 섬이다. 여행 일정은 북쪽 해안 가운데 쯤의 에라클리온 Heraklion에서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섬 주위를 빙 돌았다. 섬의 남쪽 중간을 지나 찾아갔던 아이오스 갈리니 ag. gallini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차를 몰아 간다. 험한 산이 가득한 크레타의 지형은 곳곳에 도로가 부서져 있었다. 아직도 지진활동이 심하다더니 도로가 갈라져 있고 산에서 굴러 내려 온 바위들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크레타의 중심을 향해 갈 때는 오르막이다가 내리막이 된다. 꼬불꼬불한 길을 얼마나 내려 왔을까. 갑자기 내리막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언제 보아도, 얼마를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리스의 하늘과 바다 빛깔. 이제 드문드문 레팀노의 시가가 보이는 듯 하다.
크레타는 아프리카와 유럽의 중간지점에 떠 있다. 그래서 무역 중심지로 각광을 받았던 것이고 레팀노 역시 베니스까지 포함해서 한다하는 세력들이 모두 거점으로 삼았던 도시였다. 오래 된 도시답게 골목은 좁고, 유명세 때문에 사람과 차는 바글바글했지만 결코 찾아온 노력이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구도시에 호텔을 예약했기 때문에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도시는 서북쪽 끝에 베네치아 요새가 있고 남동쪽으로 발전하였다. 레팀노의 여행자용 old town 지도를 구했다. 파란 선이 낮 동안의 동선이고, 붉은 색은 밤의 동선이다.
레팀노의 종로라고 할 만한 거리를 지나가다 버스 정류장에 인파를 보고 이곳이 예로부터 사람살기 좋은 곳이었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크레타에서는 에라크리온 Heraklion을 빼고 이만큼 번잡한 곳을 보지 못했다.
old town의 도로는 모두 차 한대가 지나갈 정도의 골목이다. 일방통행은 당연한 일이다. 붐비는 관광객을 부르는 다양한 상점들이 오후 햇살아래 조는듯 나른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좁은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로터리가 나온다. 로터리는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차들이 바쁘게 돌아가는데 이곳이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로터리를 두바퀴 정도 돌고 해안길을 따라 차를 몰아 간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야자수가 줄지어 늘어선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여지없는 여름의 그리스 하늘.
광장 주변에는 야외에 파라솔을 펴놓은 식당과 카페가 많다. 카페의 이름이 Firenze 피렌체다.
해안을 따라 해안도로가 1킬로미터 정도 뻗어있고 길을 따라 다양한 음식점, 카페가 성업 중이었다. 프렌치 리비에라에서 들렀던 생 라파엘의 바닷가 카페 거리를 생각나게 하는 곳이었다.
해안도로는 다시 서쪽 베네치아 성채를 향해 뻗어 있고 그 끝부분에는 고대로 부터 사용되어 온 작은 항구가 있다. ㄷ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작은 항구의 한 편에는 부두 입구를 알리는 등대가 있고 작은 어선들이 출항을 기다리는데 부두를 따라 식당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평화로우면서도 분주하였다.
호텔을 찾았으나 주차장이 없어 짐만 내리고 오다가 보았던 버스 정류장 옆의 공영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돌아갔다. 걸으면서 발견하는 레팀노는 또 다른 매력으로 가득했다.
미로처럼 얽히고 섥켜 있는 수많은 골목길. 그리고 각각의 골목길은 모두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푸르름이 아름다운 골목길들을 감상하다 유명한 리몬디 분수 Rimondi fountain에 도착했다. 샘물은 코린트 식 기둥 사이에 있는 수도 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형태를 갖고 있었다. 코린트식 기둥은 고대의 것을 흉내낸 것일 뿐 실제 이 샘물이 만들어진것은 1600년대 였다고 한다. 베네치아 총독이 리몬디 였다고...
글을 쓰는 지금이 한 겨울이라서 그런지 레팀노의 여름 풍경이 더욱 그리워진다. old town을 헤메다 골목 끝에 바다가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좀 전에 차로 지나며 보았던 항구의 입구 등대가 멀리 보이는데 바다에는 그 그림자가 드리웠다. 카페엔 나이든 여행객이 파라솔 아래 보인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작은 골목의 한편에 테이블을 줄지어 놓은 식당에 앉았다. 등나무가 골목을 모두 덮어 그늘이 시원한 곳에서 물에 희석한 그리스 와인과 문어구이를 먹었다. 내가 앉은 반대편에 중년의 커플이 주문을 하고 있고 그들의 머리 위로 꽃이 만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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