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스 갈리니 또는 아기아 갈리니는 크레타 섬의 남쪽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의 이름이다. 파이스토스 궁전 유적에서 4천년 전의 미노아 문명에 감탄하던 나는 차를 몰아 서쪽으로 갔다. 파이스토스는 바닷가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묵어 가기에는 마음에 들지 않아 해변 마을을 선택한 것이었다.
나의 숙소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다. 숙소 앞 길에는 바다로 통하는 계단이 있고, 계단 입구 양편에는 가로등이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짐을 내려 놓자 마자 발코니에서 찍은 사진은 환상적인 바다의 색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발코니로 나가는 넓은 창을 닫고 에어콘을 가동했지만 눈은 창밖에서 뗄 수가 없다. 숙소의 왼편으로 내려막을 따라가면 모래가 고운 비치가 2-300미터 펼쳐지고 숙소의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어선들이 많은 작은 포구에 다다른다.
해변에는 비치파라솔이 가득하지만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소박한 해수욕장에서 오후 한때를 보내고 저녁을 먹기위해 파라솔을 운영하고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달팽이 요리와 양고기, 와인 한 병을 시켰다.
식당의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일까? 아니면 내 기분 탓일까. 아름다운 바다와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레스토랑이 어둠을 맞이하며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자꾸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거의 같은 구도에서...
2011년 산 레드와인의 향이 너무 좋아 빨리 취했을까. 식사를 마치고 지난 여행을 돌아보다 앞 자리 커플의 다정한 모습에 쌉쌀한 외로움이 코끝에 살짝 묻어난다. 3주가 넘는 혼자하는 여행이 남긴 여독도 만만치 않았는지 숙소로 돌아가려 자리를 일어서는데 중심이 흔들리려 한다. 숙소까지는 약 200미터. 천천히 건조한 에게해의 밤바람을 맞으며 걸어서 돌아갔다. 나의 몸도, 마음도 긴장을 풀고 편안했다. 작은 마을에서의 여름 휴가를 지내고 있는 기분은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이튿날 아침. 해가 솟아오르기 전, 잠에서 깨어 발코니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조금 불어 작은 물결이 인다.
해안선이 일출 직전의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마침내 떠오른 태양의 첫 햇살이 숙소 앞 가로등에 비추인다.
또 다시 떠나야 할 때다. 나는 천천히 떠날 준비를 하고 이 행복했던 마을의 풍경을 오래 오래 감상했다. 10시 경이 되자 바다는 중천에 떠 오른 태양의 강렬함이 그대로 투영된 찬란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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