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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Digest2020. 2. 14. 11:26

어떤 생명도 잉태할 수 없을 만큼 척박한 바위 땅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 것이 바로 작은 풀들과 가시를 단 나무 들이다. 뜨거운 햇살과 건조한 땅 위에서도 살아남는 가시를 단 나무들의 질긴 생명력 덕에 자갈밭은 조금씩 식물이 뿌리내릴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고, 그 덕에 한라산 자락에서 날아든 씨앗들이 점차 터를 잡게 되었다.

숲이 조금씩 틀을 갖추면 가시덤불은 큰키나무들에게 자기 자리를 내주고 다른 불모지로 이사를 간다. 마치 공사장의 가림막처럼 말이다. 건물이 완성되면 가림막을 걷어 내 짠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듯 곶자왈의 가시덤불들도 그러하다. 그래서 가시를 단 나무들이 없는 숲은 그만큼 성숙했음을 의미한다.

척박한 땅을 개척하고 작은 생명들이 자랄 때까지 수호자 역할을 하는 그들을 가리켜 숲의 옷, 곧 임의林衣라고 한다. 하늘을 향해 여봐란듯 가지를 뻗는 거대한 큰키나무들도 멋있지만 볼품없는 모양새여도 한결같은 푸르름으로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하는 가시를 단나무들의 투박한 이파리가 훨씬 정겹고 아늑하다. 누구도 다가설 수 없을 만큼 무성한 가시덤불이 있기에 그 안의 나무들이 보호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작고 연약한 새들도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게 둥지를 틀 수 있는 것이다.

아무도 뿌리를 내리지 않으려 하는 척박한 땅에 용기 있게 자리를 잡고 다른 생명들이 올 때까지 씩씩하게 숲을 지켜 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자리마저 내주고 조용히 떠나는 가시나무들. 그들은 그 어떤 삶에도 저마다 살아갈 이유와 가치가 깃들어 있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보여 준다. 비록 볼품없고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지만 그럼 어떤가. 가시를 단 나무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