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우뚝 서게 된 것은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왕가를 비롯해 관청이나 양반의 가옥을 지을 때 소나무는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재료였다. 반가의 상징이랄까.
소나무가 한민족을 상징하는 나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이렇듯 역사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어떤 나무와도 견줄 수 없는 그만의 강인함 때문일 것이다.
소나무는 해만 충분히 들면 산꼭대기 바위틈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질긴 생명력을 지녔다.
대체 그 강인한 생명력은 어디에 기인한 걸까?
소나무는 보통 나무들과 자라는 방식이 다르다. 대부분의 나무는 봄에 새싹을 틔우고 나면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계속 가지가 자란다.딱히 병충해나 폭풍우 같은 위기를 맞지 않는다면 앞날을 크게 염려하지 않고 무럭무럭 성장을 거듭하는 것이다. 반면 소나무는 이른 봄부터 여름이 오기 전까지 딱 한 마디만 자란 뒤 생장을 멈춘다. 그래서 소나무는 마디만 세면 나이를 알 수 있다. 다양한 나무의 삶을 칼로 무 자르듯 나누는 것이 썩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편의상 사람들은 전자를 자유생장, 후자를 고정생장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소나무는 왜 고정생장을 택한 걸까? 자유생장을 택한 나무들은 자라는 속도가 빠른 대신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나무나 오동나무처럼 속이 빈다든지, 속이 차 있어도 목질이 물러서 조그만 위협에도 쓰러지기 쉽다. 하지만 1년에 딱 한 마디씩 생장하는 소나무는 천천히 자란 덕에 속을 꽉 채우므로 천 년의 풍상을 견뎌 낸다.
하지만 무리 지어 경쟁적으로 자라는 속성수들 틈에서 느림만을 고집해서는 성장에 꼭 필요한 햇볕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터, 소나무라고 해서 척박한 땅을 좋아할 리 없지만 경쟁을 피해 그가 택한 곳은 어떤 나무도 좋아하지 않는 바위 땅이었다. 조금 어렵더라도 경쟁 대신 천천히 자라기를 택한 것이다.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일궈 온 덕에 소나무는 애국가의 한 구절처럼 ‘철갑을 두른 듯 바람과 서리에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자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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