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들의 고향 세빌리야!
론다에서 가는 길은 편도 일차선 국도인데 트럭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론다가 워낙 산 속에 들어있다보니 나오는 국도 역시 험준하진 않지만 오르막 내리막으로 구불거린다.
느긋하게 두시간 정도를 달려, 오후 12시경 그때까지의 풍경과는 완연히 다른 대도시, 세비야에 도착했다.
며칠동안 정들었던 렌트카를 반납하려고 중앙역을 먼저 찾았다. 대도시의 번잡함과 처음 온 도시의 낯설음이 겹친 고생을 적당히 한 후에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네비게이션의 안내와 달리 렌트카 사무실이 보이지 않는다. 복잡한 로터리를 수차례 뱅뱅 돌았건만... 황당해 하는 차에 길게 늘어선 택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유레카! 택시를 이용하자. 택시를 잡고 렌트카 사 무실로 가자고 한 후, 난 내차를 몰고 따라갔다. 렌트카 사무실은 100미터 정도 거리의 역 뒷편에 있었다.
안되면 돈으로 막는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지만 택시 요금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러나 되돌릴 수도 없는 일. M과 나는 그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가기로 하고 짐을 옮겨 실은 후, 렌트카를 반납했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유럽의 구도시 대부분에는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길이 많다. 우리가 탄 택시도 호텔에 가장 가까운 곳이라며 공원 한 켠 에 주차를 한다. 우린 어쩔 수 없이 캐리어를 끌고 호텔까지 약 6-70미터를 가야했는데 바퀴소리때문에 몸둘 바를 모를 지 경이었다. 길 가에는 아름다운 카페들이 줄지어 있어 조용한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호텔은 전형적인 세비야의 집 한채를 개조한 것으로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곳곳에 나무가 있어 마치 숲속같은 아늑 함이 인상적이었다. 집의 중앙 정원에는 아랍식 전통에 따라 작은 분수와 소파로 꾸며 놓고 있었다.
옛날 집답게 방은 작은 편이었는데 침대 상태며 린넨 등이 평판에 걸맞게 깔끔해서 쾌적하게 이틀 밤을 보낼 수 있었다. M과 나는 짐을 대충 풀고, 호텔을 나서 미로 속을 헤메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약 10여 분을 걸으면 유명한 세비야 대성당 이 나오고, 그 옆으로 시원하게 넓은, 화려한 쇼핑가가 이어진다. 기온은 산책하기 딱 좋은 섭씨 16-7도 정도라 길엔 사람 도 많고, 카페들도 햇살을 즐기는 사람으로 만원이다.
다섯시 경 호텔에 돌아왔는데 잠시 침대에서 다리를 뻗고 쉰다는게 낮잠으로 이어졌다. 론다에서 온데다 미로같은 길을 헤 멘 탓이다.
저녁 어스름에 택시에서 내렸던 공원을 거쳐 세비야의 명물이라는 스페인 광장 구경을 나섰다. 공원은 세비야 성벽 바깥으 로 조성되었는데 흙이 덮여 자연미가 있고 오렌지 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남국의 정취가 뭍어나는 곳이었다. 심심치 않게 놓인 벤치들에는 연인, 청소년, 사춘기 소녀들로 활기차다.
스페인 광장은 생각보다 넓은 규모를 뽐내고 있었다. 하얀 기둥과 기둥 사이마다 스페인의 주요 도시 이름이 써 있어, 그곳 대표단이 자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처음엔 무적함대 시절의 유적이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1929년 무역박람회를 기념 하기 위해 지은 art deco 건축이라는 걸 알고는 약간 실망했다. 광장 주변에도 상당한 크기의 공원이 있는데 각 나라의 전시관이 있던 곳인 것 같다.
며칠 전 다녀 온 코르도바 대표단의 자리에 앉아 주변 구경도 하고, 아픈 다리를 쉬어 갔다.
스페인 광장을 벗어나면 바로 세비야 대학과 번화가가 나타난다. 시간도 9시가 넘었다. 로터리에 현대식 타파스 바에 이끌 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다. 새우감자 샐러드, 관자 구이, 미니버거, 그리고 쵸콜렛 케잌까지... 서울 같으면 잘시간에 무슨 음식이냐 싶지만, 이곳에선 9시가 저녁 식사시간이다.
미니 버거는 스페인 소고기의 풍미를 잘 나타내는 것이었는데, 곁들여 나온 감자튀김 또한 예술이었다. 길엔 완전한 어둠이 내렸다.
data-matched-content-ui-type="image_stacked" data-matched-content-rows-num="4,2" data-matched-content-columns-num="1,2"식후, 호텔로 바로 돌아가면 소화도 되기 전에 잠들것 같아 우리는 세비야 대학과 세비야 성당을 거쳐 가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세비야 대학은 왕립대학으로 찬란한 명성을 쌓은 곳으로 지금도 중세의 궁전같은 성을 캠퍼스로 쓰고 있었다.
!일치하는>정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복도는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간간히 학생들이 눈에 띈다. 이런 곳에서 한번쯤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전통이 살아 숨쉬는 이런 대학을 가진 세비야는 여러 면모를 가진 편안하면서 화려한, 매력적인 도시였다. lady M도 아픈 다리에도 불구하고, 떠나기를 미루고 자꾸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세비야 대학을 지나 걷다보면 세비야 성당은 길 오른편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넓은 광장이 성당 주변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밤이 되니 기타를 연주하는 악사가 귀에 익은 곡조를 연주하고 있었다. 우린 서울의 봄 밤 같은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호텔로 돌아가는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그 길은 인도를 카페가 모두 잠식할 지경으로 번화했는데, 밤이 되니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 100미터 쯤 올라간 후, 오른편의 골목으로 꺽어져 호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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