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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자유여행

[스페인여행]19 론다 2박3일: 안달루시아 전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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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를 출발한 우리는 두시간 거리의 론다를 향해 차를 달렸다.
백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가는 동안 풍경은 산지에서 분지같은 구릉으로, 그리고 다시 산지로 이어진다. 참 넓기도 넓고, 농사지을 땅도 많다. 마드리드 북부에서 본 황량했던 느낌과는 반대로 안달루시아 지방은 비옥하고 풍요롭다.
오후 네시를 넘겨 도착한 론다의 파라도르 입구에는 van이 한 대 대어져 있는데 한국인 두가족이 타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꽃보다 할배가 방영된 후, 이곳은 한국인의 단골 여행지가 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론다 Ronda

221호
우리에게 주어진 방. 코너에 자리한 이 방은 두 개의 퀸 침대와 러브시트, 라운드 테이블, 긴 장식장을 놓고도 두 사람이 필라테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남을만큼 컸다. 욕실 만도 웬만한 일본 호텔의 방 정도의 크기다. 게다가 발코니는 유명한 론다 협곡을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다.

스페인 론다 Ronda

피곤해 하는 M을 두고 산책을 나왔다 돌아가는 길에 발코니에 있던 lady M이 손을 들어 나를 반긴다. 행복한 이틀을 보낸 더 바랄 것이 없는 객실이었지만 조식 식당에서는 중국인의 무례함 때문에 불쾌해 지기도 했다.

스페인 론다 Ronda

한동안 호텔 방의 황홀한 환경을 감탄하다 저녁 식사를 위해 호텔을 나섰다. 쇠락한 집들이 줄지어 있는 길을 따라 걷는데 초라한 생각보다는 친근한 소박함이 느껴진다. 2월의 론다는 여행 성수기가 아닌 탓에 한적한 주변의 환경과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한동안을 걸어 찾아간 식당은 애석하게도 문을 닫아걸었다. 유명한 관광지라고는 해도 우리나라처럼 식당이 줄지어 있지 않아 근처에 마땅히 밥얻어 먹을 곳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며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스페인 론다 Ronda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인데 멀리 론다 마을의 주거지역이 구름낀 하늘아래 아름답게 펼쳐진다. 파라도르가 있고 유명한 협 곡이 있는 곳은 주로 쇼핑과 관광의 중심이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좀 떨어진 언덕 위에 주로 살고 있었다.

스페인 론다 Ronda

언덕을 거의 다 올라올 즈음 길 왼편으로 아름다운 성당과 광장이 있어 시선을 끈다. 닫힌 성당의 육중한 문, 그리고 계단 과 벽을 덮은 세월의 흔적이 인상적이다.
작은 광장의 한 켠에 영업 중인 식당이 있었는데 밖에 세워 놓은 메뉴 간판에서 파에야를 발견한 우리는 지체없이 입장해 바스크식 새우 요리, 안달루시아의 마늘 스프와 mixed 파에야를 시켰다. 그리고 
샹그라야와 탄산수까지.

시장이 반찬이라던가. 손가락 굵기의 바케트가 식전 빵으로 나왔는데 그 맛에 우리 두사람 모두 기절!
다른 음식도 모두 맛나게 먹었다. 멀리 건너편 좌석에 앉은 젊은 한국인 커플도 즐거운 표정이다.
멋모르고 들어간 집이 나중에 알고보니 trip advisor 3위의 위용을 자랑하는 집이었다.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위해 파라도르를 지나 쇼핑거리에 들렀다. 명품숍이 늘어 선 풍경은 아니지만 다양한 가게가 
성업 중인 걸로 보아 여름에는 상당히 번화할 듯하다. 투우가 시작된 마을이란 자부심에 걸맞게 멋진 숫소가 그려진 티셔츠와 소품을 사서 파라도르로 돌아갔다.

스페인 론다 Ronda

방에 돌아와 발코니에 나가보니 어두워진 협곡의 다리가 근사하다. 바람은 밤이 되며 조금 더 쌀쌀해졌지만 우리 두사람은 그 순간을 머리에 새기려는듯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론다는 이태리의 토스카나 지방을 연상시키는 지형을 가졌다.
키안티 지방처럼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구릉이 완만한 것이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우리가 머물던 파라도르의 발코니에서 파노라마로 촬영한 론다의 협곡과 건너편의 흰색 건물들. 건물들이 끝나는 오른편으론 구릉이 펼쳐지는 전원이고, 멀리 배경에는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겨울의 끝자락인 탓에 하늘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때문에 마치 만화경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스페인 론다 Ronda

저녁이 되면 곳곳에 자리잡은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조용한 마을에도 사람들의 다정한 이야기가 피어 오른다. 마음은 이런 풍경에 절로 차분하고 평온해 진다. 여름 여행이 강렬한 태양이 작열하는 짙푸른 하늘과 잘 어울 린다면, 어쩐지 고즈넉한 늦겨울의 하늘엔 구름이 잘 어울린다.

스페인 론다 Ronda

아침 햇살이 론다의 구릉에 남은 안개위로 퍼질때, 세상은 온통 하얀 꿈 속 같다.
길게 늘어진 나무 그림자와 흰색으로 칠한 집들은 잘 어우러진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선 관광객들도 길가의 전망대에서 이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발코니에서 몸이 얼면 방에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며 여명이 트일 때부터 햇살이 상당히 퍼질때까지 사진을 찍었다.

스페인 론다 Ronda

파라도르 옆엔 동네 규모에 비해 상당히 큰 투우장이 있다. 알고보니 이곳이 투우가 시작된 곳이란다. 투우장 옆에는 공원 이 있는데, 길게 포장된 산책로 끝에서 구릉이 물결치는 이곳의 지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여름에 잎이 무성하면 저 나무들은 하늘을 모두 가릴 것이다.

스페인 론다 Ronda

아침 식사후 산책이 끝날 무렵, lady M이 한 가게에 들렀다. 여러 브랜드를 파는 편집샵이었는데 눈에 띄는 옷이 있었던가 보다. 가게엔 두명의 중년 여인이 있었는데 첫 손님에게 갖은 옷을 입히며 수선이다. 내가 오히려 부담스러워 사지 않곤 못 나올것 같았는데, 서울깍쟁이 M은 자신의 의지대로 잘 대처하고 빠져 나왔다. 아무래도 진짜가 아닌것 같다는 귀뜸을 내 게 하며...

점심 무렵, 나는 시골길을, M은 aisle사이를 헤메려고 세시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협곡아래로 내려가면 말 조련장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장마술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곳의 조련장들에는 연습하는 기수들도 양성하는 듯 하다.

스페인 론다 Ronda

강물이 흐르는 곳까지 내려와서 다리 위를 올려다 보니 협곡 중간에 관리소인지 작은 건물이 보인다. 강 폭은 2-3미터도 안되는 것 같아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면 물살이 상당할 것 같다.

스페인 론다 Ronda

협곡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서 보이는 말 조련소에서 기수들이 달리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려고 조련장 옆 밭둑길을 따라 차를 몰고 들어 갔는데 느닷없이 길이 끊겼다. 세상 난감!
전진할 때도 비좁던 꼬부랑길 100여 미터를 후진으로 나와야 했다. 그것도 수동 트랜스미션으로...
열살때나 지금이나 지나친 호기심은 나를 곤경에 빠뜨리고, 내 삶은 thrill 만점이다.

스페인 론다 Ronda

협곡 아래의 구릉은 산책하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차를 길 옆 공터에 세워두고 걷기 시작했다. 낡은 헛 간과 소박한 농가가 점점이 박힌 그곳엔 협곡을 지나온 강물이 평화롭게 흐른다. 산책길 한 켠으로는 높은 구릉 위에 양떼 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가하면, 몇그루 나무들이 구름을 배경으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세시에 재회. lady M의 알뜰 쇼핑 무용담이 쏟아진다. 재미가 쏠쏠했던 모양이다. 행복한 우리는 저녁 때까지 빈둥거리다 6시에 소문난 빠에야 집을 찾았다. 들어가 보니 거의 꽉 찼다. 주인은 50%정도라지만 100% 한국인이다. 주인에게 "Is this Seoul or Spain?"이라고 너스레를 떠니 죽겠단다. 옆에서 식사를 하던 젊은 한국 여성들도 키득키득... 한 백인 관광 객은 들어왔다가 중국음식점인줄 알고 나가는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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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해물 파에야와 다른 요리 두어가지로 우리 배꼽시계에 맞춘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도 식사를 마치니 아홉시가 다 되어 간다.

론다에서 두번째 밤을 지내고 날이 밝았다.

스페인 론다 Ronda

떠나는 날 아침엔 유난히 노을처럼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휴양을 한 것 같은 2박3일이 지나고 떠나는 아쉬움.
여덟시경 깨어 어제 혼자 다녀온 목가적 풍경으로 M과 산책을 나갔다.
09:00 식사
중국인 단체가 빠져 나간 곳에 한국인들로 이십여명.
짐을 다시 챙긴다. 이젠 떠나야 할 시간.
구름이 풍성한 론다의 하늘, 병풍처럼 둘러선 산들, 그리고 그 앞으로 부드럽게 물결치는 구릉들과 드라마틱한 협곡위의 다리까지...
테라스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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