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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크레타의 간선도로 E75를 타고 섬의 동쪽으로 산길 20여 킬로미터를 달리면 카마이지 Chamaizi 미노아 타원형 가옥 유적이 나타난다. 찾아가는 길은 비포장으로, 좁고 가파르다.
더 이상은 차로 가기 힘든 지점에 도착하면 유적 표지판 옆으로 걸어 오르기도 벅찬 길이 유적으로 이어진다.
한때 신전이란 주장도 있었지만 설득력이 없다. 중앙에 우물까지 있는 타원형 가옥의 흔적은 왜 이렇게 외진 산꼭대기에 있어야 했는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짧은 방문을 마치고 가던 길을 찾아 비포장 도로를 조심 조심 달린다. 맞은 편에서 차라도 오면 큰일이다 싶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세상엔 나와 유적과 태양만 있는 것 같다.
길은 지나는 산등성이를 잘라 만들어졌다. 가파른 도로 양편, 잘려나간 산자락에 잡초가 무성하고 언덕 끝으로 하늘이 펼쳐진다.
이 작은 고갯길이 마치 stairway to heaven이 아닌가 싶다.
사라진 문명의 흔적은 마르고 뜨거운 크레타의 여름 속에서 마치 신기루처럼 보인다. 풀조차 살아 남을 수 없는 혹독한 뜨거움은 태양에 갈증이 난 북유럽이나 한국사람들에게 휴가로 오고 싶은 곳이 되어 오늘을 살고 있다.
여행자는 마른 길을 밟으며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창에 걸친 팔뚝은 화상을 입을만큼 뜨거워 sun block을 발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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