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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샹그릴라! 그리스!/그리스여행기

[두번째 그리스 여행]43 팔레카스트로 Paleokastro: 찬란한 에게해 미노아문명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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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아를 출발한 발길은 크레타의 동쪽 끝을 향해 차를 몰아 간다. 다음 목적지는 팔레오카스트로 Paleo Kastro. 낮은 구릉을 오르 내리며 달리는 길은 왼편에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기분좋은 곡선을 이루며 아름답게 펼쳐진다. 제법 높은 구릉을 넘으며 발견하는 찬란한 에게헤의 아침을 감탄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스를 차로 여행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한 구비를 돌아서면 느닷없이 눈 앞에 쏟아져 들어오는 코발트색의 에게해의 모습이다. 이곳에도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절벽 아래로 에게해가 나타난다.

팔레이카스트론은 지금 사람들이 사는 마을 이름으로 유적에서 1킬로미터정도 내륙에 있다. 마을을 지나 유적을 찾아가면 바닷가 도로에서 미노아 도시란 유적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기원전 2000년경에 만들어진 공동묘지가 발견되었다는 마을터는 그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유적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는데 인적이 없다. 출입문도 아무 대책없이 열려 있는 어떤 특별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단군께서 웅녀와 결혼했다는 전설만 전해오는 시대의 유적이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면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생각하면 실소가 나온다. 

여행은 준비를 시작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여행을 하고, 또 다녀와서 여행기를 쓸 때까지 여행은 계속된다. 행복한 추억을 가다듬으며 그 시간의 사진을 정리하면 내 발이 어느 곳을 딛고 있건 마음은 천국에 있다. 하지만 때떄로 여행기를 쓰기 힘든 곳이 있다. 너무나 좋았던 기억때문이다. 너무나 그리운 그 순간을 곱씹느라 글은 쓰지 않고 사진을 한참 바라보고 있게 된다. 사진 이론에서 말하는 punctum이 생기는 것이다. 마음을 느닷없이 푹 찌르는 것 같은 느낌. 쌉싸름한 아픔을 달래며 어렵게 글을 마치려 노력한다. 

유적은 체계적으로 발굴이 이루어져 곳곳에 도시의 구조를 그린 팻말이 서 있다. 궁전은 없었다는 이곳에 제우스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저장고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깊은 동굴은 아직도 건재하다. 

기원전 1400년 경까지 사람들이 살았다는 이곳. 버려진지 3400년 되었다는 뜻이다. 넓은 유적에 사람이라곤 나 하나. 수백살을 먹은 것 같은 올리브 나무 옆에 세워놓은 마을의 조감도. 바람에 실려 들리는 환청은 4천년전에 우주로 쏘아진 사람들의 목소리일 것이다. 


쭉 뻗은 main street. 담은 아마도 발굴팀이 다시 쌓았겠지만 포장도로는 뚜렷한 흔적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넓고 평평한 돌들이 골목을 덮고 있다. 그 도로 위에 나그네의 외로운 그림자가 유일한 인간의 흔적이다. 

도시가 버려지기 직전에 지어졌던 신궁전 시대 (BC1400년 경)의 건물 유적은 담이 보존되어 있다. 


또 다른 메인 스트리트의 포장도로 모습. 3천년의 세월을 생각하면 경이롭다. 길의 끝에는 수로에 사용된 돌이 놓여 있다. 상수도와 하수도가 있었다는 놀라운 증거에 겸허해 지지 않을 수 없다. 

감격에 겨워 땡볕 속을 헤메다 문득 눈을 들었을 때 에게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또 다른 감동으로 행복하다. 

유적의 한쪽 경계에 서 있는 올리브 나무는 4-5층 높이다. 황야에 선 모습이 더욱 비감하게 보였다. 


작은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 쪽으로 자꾸 눈길이 간다. 

한시간이 넘도록 유적을 돌아다니다 바다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떠나간다. 돌아보니 아까 본 올리브 나무가 마을 뒤의 돌산 높이로 서서 나를 배웅하는 것 같았다. 자기는 이 적막을 잘 지키고 있겠다 언약하며...

유적 입구에서 길 하나를 건너 도착한 비치. 한 500미터는 됨직한 모래사장의 오른쪽 끝에 비치파라솔 하나만 달랑 펼쳐져 있고 그 밑에 비치의자 하나가 눈부시다. 자세히 보니 아이를 데리고 나온 해수욕을 온 것 같았다. 

이게 천국이 아니면 어디가? 

난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스에 와서 처음 산 물건이 비치타올이었다. 그 후로 차에 싣고 다니며 이런 비치를 만나면 자유를 만끽하며 해수욕을 즐겼다. 평생 다녀 본 어떤 리조트 보다 내겐 더 행복한 리조트. 해변에 지어놓은 탈의실 앞에 놓인 물건이 나의 흔적이다. 멀리 나를 배웅하던 올리브 나무와 마을 뒷산이 정겹다. 

해변의 왼편 끝에는 작은 집이 있다. 그리고 그 앞 바다에는 몇사람이 수영을 하고 있다. 

현지 사람들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가난할지는 몰라도 마음은 나보다 행복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스 국기가 바람에 날린다. 

힘겹게 추억을 토해냈다. 가슴이 조금 조이는 듯한 가벼운 통증을 느낀다. 크레타. 그리운 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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