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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Digest

[계몽주의2.0 digest]2장 클루지의 기술-계몽주의가 신봉한 이성의 허약한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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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은 '이성'을 발견한 계몽주의의 결과로 발생하였다. 그때까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졌던 왕권신수설은 의심의 대상이 되더니 결국 타도의 대상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성은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프랑스 혁명의 급진성이 최고조에 달한 1792년, 왕권을 타파하고 세워진 혁명정부는 가톨릭 교회를 불법으로 선포하였고 노트르담 성당은 '이성의 전당'으로 탈바꿈하였다. 

그러나 영원하리라던 이성은 프랑스 사회에 질서와 안정을 가져다 주지 못하고 20세기까지 새로운 정치적 무자비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결백한 사람들이 이성의 제단에서 수도 없이 처형되었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고대 그리스 전통과 중세 기독교 전통에서 이성을 부패와 부정의 바다에 떠 있는 완벽의 섬이라고 보는 견해를 물려 받았다. 그들은 이성이 신성한 지적 존재 (신)처럼 완벽한 통합성, 질서, 순수성, 선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들은 인간 정신이 수행하는 모든 일을 이성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전통, 권위, 직관을 모두 이성으로 대체하고자 했고 대 혼란 속에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프랑스 혁명부터 20세기 공산 혁명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사회 모두를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원칙에 따라 재구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실패의 이유는 이성이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희망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합리적 논증은 우리의 뇌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합리적 사고 기능은 진화이론에서 말하는 '굴절 적응'의 한 예이다.  원래 단열과 보온을 위해 진화했지만, 하늘을 나는 용도로 전용된 깃털이 굴절 적응의 좋은 예다. 즉, 우리의 뇌는 합리적 사고를 위해 진화가 진행된 적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는 순수이성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합리적이라고 믿는 이성은 직관으로 구성된 인지 시스템에 클루지가 덕지덕지 붙어어서 만들어진 엉성한 것이다. 

클루지 kluge는 기저의 문제를 고치지 않은 채로 그 문제를 회피해 가는 해결책을 의미한다. 클루지는 

첫째, 확실한 효과가 있고, 

둘째, 해법이 주먹구구 식이며, 

세째, 기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18세기 이후의 계몽주의 프로젝트는 이성을 지나치게 신봉해 너무 많이 나간 면이 있다. 이성은 사회 제도를 개선하기는 커녕 악화시켜 버린 사례가 넘친다. 

계몽주의적 합리주의의 오만은 필연적으로 반동적인 근대 보수주의를 탄생시켰다. 헤겔의 "실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라는 말이 이를 잘 요약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계몽주의자들이 현재의 상황을 향상시킬 방법은 고사하고 일이 잘못됐을 때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도 모르면서 전통을 찢고 부수는 것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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