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가득한 킬리만자로 산 앞의 정원에 해가 서서히 기울고 멀리 킬리만자로 산 중턱의 구름들도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초원은 대부분 공허하다.
물을 찾아 왔던 코끼리 무리도 저녁을 나기 위해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사파리를 나온 다른 차량들도 태양을 등지고 자신들의 숙소로 모두 돌아가는 중이다.
유난히 모래먼지가 많은 곳, 암보셀리, 명성대로 먼지와 코끼리가 정말 많다.
암코끼리 한마리가 자신이 낳은 두 세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집을 무엇으로 정의할까? 어차피 지붕같은 것도 없을텐데. 왜 돌아가야 하는지 나는 납득할 수 없지만 그들은 그저 돌아가고 있었다.
대이동의 계절답게 수많은 초식동물들이 코끼리 뒷편에서 대초원을 배경으로 생명의 노래를 부른다. 하늘은 무지개의 모든 색이 찬란하게 노을을 이룬다.
그날 저녁식사는 롯지에서 준비한 가든 바베큐와 원주민 공연을 보는 일정이다, 투숙객들을 위해 어느새 넓은 정원에 20여개의 테이블을 준비하고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식사를 서브한다.
우리는 식사와 곁들여 Moet et Chandon 을 한병 시켜 마셨다, 원시야생의 복판에서 괜찮은 샴페인을 마시게 될 줄 기대하지 않았는데... 호강이 늘어졌다. Freddie Mercury의 Killer Queen 첫 소절이 머리 속에서 울려 퍼진다.
M이 원주민 여자들의 집단 가무를 보고있다.
남자들은 장단에 맞춰 제자리에서 높이뛰는게 춤이다. 더 높이 뛸수록 섹시한거란다.
아무 헝겊이나 두른 것 같아 보이는 이곳 원주민 여자들의 패션. 자세히 보면 나름의 개성에 맞추어 한껏 모양을 낸 걸 알 수 있다.
밤은 원주민들의 노래와 야생을 울리는 북소리로 깊어 간다.
잠자는 동안에도 창 밖 어딘가에서 사자의 낮게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나 떨어진 곳일까? 얇은 유리 한 장이 막고 있는 창문 밖 어딘가에 있을 맹수의 존재가 새삼스럽지만 화려하게 침대 위를 장식한 모기장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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