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노스 숙소에서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깬다. 코너 방에 자리잡다 보니 양쪽 방향의 통창을 통해 아름다운 에게해와 미코노스 항구 풍경이 다정하다.
다시 세일보트를 두고 온 안드로스로 돌아가는 날. 어제 방에서 보았던 석양의 모습이 선명한 추억이 된다.
바람의 섬 답게 미코노스를 떠날 때부터 바람은 20노트를 훌쩍 넘겨 불고 있었다. 에게해를 가르는 페리 위로 거센 바람이 몰아치며, 승객들은 파도 위의 여행이 쉽지 않다는 것은 관심도 없도록 페리는 큰 흔들림 없이 북쪽을 향했다. 가끔 큰 파도가 뱃 전에 하얗게 부서지며 배를 흔들 때마다 마음도 함께 출렁였다. 하지만 모두들 어느새 그 풍경에 익숙해진 듯, 바람과 파도에 몸을 맡기고 안드로스를 향해 나아갔다.
안드로스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바람은 더 거세졌고 파도는 높아졌다. 항구는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선장은 정박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몇 번이고 방향을 잡으려 했지만 바람은 그 움직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십여분을 지체하고 항구에 입항해 배의 고물(stern)을 부두에 붙이는데 성공. 차를 실을 때 사용하는 다리는 내려 있고, 선원들은 배의 왼편에서 넓적다리 굵기의 로프를 던져 부두에 있는 bollard에 걸었다. 이제 오른쪽에서 로프를 던져 부두에 연결하면 마무리되는데 바람떄문에 배가 너무 움직여 달인들 조차도 배를 고정시키지 못했다. 또 15분을 바람과 싸우다 결국, 페리는 항구를 벗어나 다시 바다로 나아갔다. 거친 바람에 맞서며 한동안 항구 주위를 맴돌았다.
다시금 방향을 틀고 항구를 향할 때, 선장은 조심스럽게 배를 몰았다. 파도를 넘어가는 페리의 움직임이 느려질수록 승객들의 시선도 바람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바람의 틈을 찾아 천천히 항구에 다가서는 순간,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된 듯한 고요함이 흘렀다. 노련한 선장은 이번에는 뱃머리가 정확히 바람을 마주 보도록 조종했고 마침내 배는 항구에 발을 디뎠다.
바람에 밀려가듯 도착한 안드로스의 땅. 거친 바다를 건너와 마주한 섬의 고요함이 그날의 바람을 더욱 서정적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택시로 Batsi마을로 돌아가 정박한 배에 올랐다. 오늘은 바람이 더 거세어서 항구 안에서 조차 물보라가 일고 있다.
이틀동안 방치한 요트의 내부는 별 탈 없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내일의 항해를 위해 장비들을 점검하고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를 꺼내 크루들과 cockpit에서 바다 바람을 맞으며 목을 축였다.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석양을 맞이한다. 멀리 우리의 세일보트가 항구 한 가운데 정박하고 있다. 와인과 문어, 양고기 등으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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