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신 중에 네메시스는 보통 복수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는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방진 인간에 대한 처벌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 무시무시한 여신의 신전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50여 킬로미터떨어진 램너스 Rhamnous에 있는 신전이다.
램너스는 바다 건너편에 에우보이아가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아티카의 도시로 좌우에 작은 항구가 있다. 이 항구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 아테네로 가는 식량 보급로로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램너스 가는 길은 험악한 산길을 지나야 한다. 아테네 인들이 수상 운송을 선호한 것이 당연할 정도로... 유적에 가까워지면 바다와 가까워지는 덕에 평야가 나오고 넓게 펼쳐진 농토를 볼 수 있다. 그리스에서 이만한 크기의 농토는 흔치않다.
유적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작은 경비초소처럼 생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고 들어서면 곧 신성한 길이란 표지판이 나타난다.
길은 약한 오르막이다. 3천년 전에도 있던 길을 따라 걷는다. 아무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더욱 시간을 뛰어넘은 착각을 느낀다.
오르막의 정상부근에 네메시스의 신전이 있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맞댄 곳에 도시의 유적이 펼쳐진다. 그 아름다운 경치에 홀리듯 걸음은 내리막을 걷는다.
내리막 길 양편으로도 어떤 건물이 있었던 흔적이 이어진다.
3-4분을 걸으면 램너스 도시 전체 윤곽이 보다 자세히 보인다. 멀리 보이오티아가 보이고 그 사이의 바다에는 세일보트가 떠있다.
도시 입구에는 돌로 지어진 강력한 방어성채가 손님을 맞이한다.
방어성채 안쪽 벽에는 망루로 올라가는 돌계단 까지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방어성채 벽 위로 올라가 도시 유적 전체를 살펴볼 수 있다. 도시는 바다 쪽이 약간 높은 형태이다.
도시의 바다 쪽 끝으로 가는 길에는 옛날 건물들의 토대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작은 계단도 있는 골목이 연상된다.
도시의 동쪽 끝에 서면 남쪽을 보면 해안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배를 댈 곳조차 없는 산지가 바로 바다로 빠져든다.
동쪽 끝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작은 평지가 보이고 고고학 발굴단의 가건물도 보인다. 이곳이 두개의 항구 중 하나이다.
바다에는 망중한을 즐기는지 아니면 탐사를 하는지 코발트 색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건물 앞에는 그를 부르는 여인이 서 있었다. 유적에는 그들 두사람과 나 단 세명 뿐이다. 세상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평화로움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의 성벽에는 중간에 옆으로 빠져 나가는 작은 문이 있다. 그곳으로 이어지는 골목은 옛모습 그대로이다.
외부로 나가는 문을 나서면 바로 포장되지 않은 가파른 내리막 길이 바다로 이어진다.
문 밖에서 본 성벽의 견고함은 감탄할 만했다. 삼천년을 견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문을 통과하면 보이는 도시의 골목길 모습.
어떤 집의 거실이었을까. 바닥에 붉은 토기로 모자이크를 한 듯한 집터를 발견했다. 담장너머에서 구름이 고개를 내민다.
인적이 끊어진 옛 골목길에는 잡초들이 무성하다. 하늘은 무심히도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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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시간을 그저 고대 램너스 사람처럼 곳곳을 기웃거리며 실컷 논다. 나 혼자인 이곳의 주인이 된다.
돌아가는 길. 양편에 이름모를 토대들이 무너져 가고 있다. 세일보트가 아쉬워하는 나를 유혹하는 오후.
네메시스 신전 근처에서 다시 돌아본다. 절경 중의 절경이다.
네메시스 신전에서는 램너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고 바다만 보이도록 배치가 이루어져 있었다. 기둥은 모두 사라졌지만 토대는 여전히 튼튼했다.
아티카의 램너스. 아티카 해안 풍경으로는 단연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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