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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행기2020. 2. 11. 14:30

난 오십년 넘게 서울을 여행 중이다. 그런데도 이곳은 내게 아직도 생소하고 매일이 새로운 신비로운 곳이다. 세상에 이런 곳은 흔치 않다. 여행을 평생의 취미로 삼은 나도 미국은 6년 정도 만에 질려서 이젠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고, 지난 십여년 동안 애인처럼 사랑에 빠진 그리스 역시 여행한 기간은 백일을 넘지 못한다.

닭장이라고 불리는 백만 채도 넘는 아파트를 주거공간으로 삼아 수백만 인구가 살아 가는 도시. 화장실에 앉으면 위층 사람이 오줌 갈기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리는 고행은 해탈에 이르는 첩경이다. 거실에 앉아 있어도 위, 아래 층의 교류는 유비쿼터스하다. 

길을 나서면 상습체증을 앓고 있는 4차선 내지 12차선의 뻥 뚫린 주차장들이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면 경적을 울리며 교차로를 건너는 버스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넘어 귀에 소음방지 이어폰까지 끼고 길을 건너는 행인들 까지 한국의 수도 서울은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곳이다.

오래전 그러니까 내가 이곳을 여행하기 시작한지 사십년 정도 되었을 때라고 기억된다. 나는 매력덩어리인 이곳에서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그러들기는 커녕 점점 커져 가기만 했다. 

자만때문이었다. 그만큼 여행을 했으니 이곳을 잘 안다는 생각. 그만큼 사랑했으니 그 사람을 속속들이 안다는 자만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불화와 파경의 원인이 된다. 수십년을 같이 살았던 조강지처도 남편이 은퇴하자마자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 유행처럼 확산되던 이 나라에서 여행 수십년했다고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오만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자꾸만 커져가는 분노떄문에 나는 이곳 여행을 그만두려고 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모든 방안을 마련하고 짐만 싸면 되는 상황까지 갔었다. 그러나 무서운게 밥정이라고 나의 이별 결심은 된장국과 김치찌개의 국물 속에 침잠하고 말았다. 어느 유명한 극작가의 묘비명이 "이렇게 우물쭈물거리다 일이 이 지경이 될 줄 알았다."라던데 나 같은 범부가 우물쭈물하다 이곳에 계속 눌러앉아 있는 것이 큰 창피거리는 아니라고 자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