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다이달로스는 도시를 내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천재적인 발명가이자 예술가였던 그는 한때 아테네의 자랑이었다.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동상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생동감이 넘쳤고, 그의 기계 장치는 신들조차도 감탄케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추방될 상황에 놓여 있었다.
“살인자!”
그를 둘러싼 군중들의 함성은 아직도 귀에 생생했다. 다이달로스는 질투의 화신이 되어 있었다. 그의 조카 탈로스가 자신을 능가하는 발명품을 만들어내자, 다이달로스는 분노와 질투에 사로잡혔다. 결국 그는 탈로스를 절벽에서 밀어버렸다.
그러나 신들 앞에서 그런 죄가 숨겨질 리 없었다. 정의의 여신 아테나가 이를 목격했고, 다이달로스의 범죄는 만천하에 드러났다.
“아테네에 네 자리는 없다.”
왕은 냉정하게 그를 추방했고, 다이달로스는 그렇게 크레타섬으로 향했다.
크레타섬에 도착한 다이달로스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환영했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의 명령에 따라 화려한 궁전과 기계 장치들을 만들며 신임을 얻어갔다. 그러나 그의 운명은 또다시 신들의 장난으로 얽히고 말았다.
미노스 왕은 신들의 축복을 받아 하얀 황소를 선물받았다. 이 황소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낸 신성한 존재였다. 미노스는 이 황소를 제물로 바쳐야 했으나, 황소의 아름다움에 반한 그는 이를 거부하고 대신 다른 황소를 바쳤다. 분노한 포세이돈은 복수의 계획을 세웠다.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가 황소에게 사랑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신의 저주에 찬 마법에 빠진 파시파에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녀는 다이달로스를 찾아갔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줘. 어떠한 대가라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
다이달로스는 파시파에의 눈에서 간절함과 광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거절하고 싶었으나, 미노스의 아내를 거스르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결국 그는 나무와 가죽을 사용해 거대한 황소 모형을 만들었다. 파시파에는 그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그 결과, 그녀는 괴물을 잉태하게 되었다. 사람의 몸과 황소의 머리를 가진 기괴한 존재. 미노타우로스였다.
미노스는 태어난 괴물을 보며 경악했다. 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지만, 아내를 벌하지 못한 그는 다이달로스를 불러들였다.
“이 괴물이 세상에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라. 너의 기술로 감출 수 있는 감옥을 만들어라.”
다이달로스는 미궁을 설계했다. 복잡하고 끝이 없는 통로로 이루어진 거대한 미로. 미노타우로스는 그곳에 갇혀 매일 인간의 고기를 갈망하며 울부짖었다.
파시파에가 황소와 정사를 벌인 것은 현대의 관점에서도 엽기적인 막장 중의 막장 입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는 다 들려줄 필요가 없겠죠. 순화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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