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제을 떠난 배는 우리가 잠든 동안 남쪽의 로아탄 섬에 도착하였다.
입항하는데 벌써 한 척의 크루즈가 도착해 있다.
이곳은 온두라스의 영토라고 한다.
반군이 들끓고 그래서 내정이 불안한 중미의 나라이기는 해도 로아탄은 작은 섬이라 위험이 없다고 한다. 크루즈의 장점 중 하나가 승객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회피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이집트에서 반정부 소요가 심할 때 그곳을 가는 크루즈가 모두 취소된 것 처럼...
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마호가니 베이에 내렸다.
팝송 중에 another day in paradise라는 것이 있는데 이곳의 풍경은 그 제목에 딱 어울린다. 노래의 내용은 절망적이라 전혀 이곳과 어울리지 않지만. 예약한 투어 프로그램의 가이드가 우리를 작은 배로 안내한다. 20분 정도를 섬 주변으로 달려 환경친화적인 리조트로 갔다.
작은 배가 엔진은 얼마나 강력한지 귀가 먹먹하고 엄청난 항적을 남기며 달리는데 멀리 우리가 타고 온 보트가 정박해 있다.
도착한 리조트는 아주 한적한 공원 느낌이었다. 열대림이 우거진 사이로 인공적인 것들이 군림하지 않고 숨어 있는 곳. 공룡만 제외하면 주라기 공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 영화의 촬영지도 카리브해 였던 것 같은데.
비치로 가는 길에 이곳에 대해 설명하는 가이드 어깨에 작은 원숭이가 난짝 올라 앉았다. 원숭이들에게도 이곳은 낙원인가 보다. 숲 속 길을 따라 작은 언덕을 넘으면 비치에 도착한다. 서양인들은 양지에, 나와 M은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해변에서 바다를 향해 단단한 목조다리가 놓여 있고 그 끝에는 스노클링을 위한 원두막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은 장비를 차고 분주히 바다를 들락거린다. 기가 막히단다.
어련하려구... 여긴 낙원이다.
짐을 내려 놓고 비치의자에 누워 두 팔을 머리에 괴고 주변을 둘러 본다.
완벽한 경치, 완벽한 날씨.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팜트리가 천천히 흔들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늘과 바다 색은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바다로 뻗은 다리 위에는 군데군데 벤치를 만들어 놓아 굳이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투명한 바다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수온은 28도 정도. 찬 느낌이 전혀 없다. 해가 너무 뜨거워 물 속에 있는 동안에도 피부가 타들어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썬글래스 없이는 절대 외출금지!
점심시간이 되자 리조트 식당으로 안내한다. 화려하진 않아도 정갈한 부페가 차려져 있고 좋은 의자들로 파라솔을 만들어 놓았다. 풀 사이드 테이블 하나를 잡고 코로나와 함께 맛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리조트를 한바퀴 돌아 보기로 하였다. 아무도 없는, 끝없이 이어지는 비치가 섬 주변에 널려 있다. 그곳을 따라 걷는 기분은 마치 우리가 로빈슨 크루소가 된 것 같았다.
무인도 아닌 무인다.
리조트의 한 쪽에 다른 크루즈 쉽이 정박하고 있다.
단 둘만 있으니 애정표현도 수위가 높아진다.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방문자 센터엔 이곳 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민속공예품을 파는 샵이 있었다. M은 이곳에서 산 파우치가 예쁘고 실용적이라고 애용한다. 난 야구모자를 하나 샀다. 비쌌다. 18달러. 그래도 써있는 말이 너무 맘에 든다.
just another day in paradise!
짐을 두고 떠났던 자리에 오니 한 낮의 작열하는 태양아래 사람들이 스노클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치의자를 눕히고 비치 타올을 펼쳐 잠자리를 만든다.
낮잠을 한 번 자 줘야 로아탄의 천국 체험이 완성될 것이다.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리조트를 떠나 우리가 타고 온 보트를 향해 떠난다. 아까 보았던 크루즈가 꿈같이 떠 있는 것을 보며...
배에 다시 타고 나서 수영복을 입은 김에 미끄럼을 타러 갔다. 조교의 시범으로 내가 먼저 내려오고 잠시 후 M이 내려 왔다. 비명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드디어 도착하는 M을 사진에 담았다.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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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고 선실 발코니에서 우리가 다녀 온 곳을 내려다 본다.
잠시 후 우리는 오픈 데크에 있는 야외 미니 골프장에서 저녁 식사 때까지 놀았다.
항구 한 켠에 보이는 난파선의 잔해.
바다가 저렇게 아름답고 잔잔한데 어떻게 난파를 당할까 싶다. 하지만 그건 이 바다의 한 면만 생각하는 나의 착각일 것이다. 허리케인이 부는 바다가 바로 이곳이다. 7-9월에 발생한다는...
배가 출항한다.
저녁을 먹고 대극장 쇼를 보러 갔는데 미국인 취향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라 돌아 나왔다. 나와 달리 M은 코미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선실에 돌아오니 매일 있던 수건 장식이 침대 위에 없다. 서운해 지려는데 커튼을 보니 수건으로 접은 물새 한마리가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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