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을 방문한 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펭귄 베이’로 알려진 볼더스 비치에 들렀다. 하얀 모래와 파란 바다 사이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수백 마리의 자카스 펭귄들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작은 생명체들의 활기찬 움직임을 보며 자연이 주는 순수함과 신비로움에 흠뻑 빠졌다.
저녁 노을이 서서히 내려앉으며 바다와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순간, 우리는 이 광경을 마음에 담고 숙소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향한 곳은 론데보시 골프 클럽(Rondebosch Golf Club)이었다.
1911년에 설립된 이곳은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 중 하나로, 남아프리카 골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 세월의 흐름을 견뎌내며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코스로 자리 잡은 론데보시는 평탄한 지형과 남쪽의 탁 트인 뷰를 자랑한다.
골프를 치는 내내 테이블 마운틴과 데블스 피크의 웅장한 모습을 배경으로 한 코스가 펼쳐져 있어, 경기를 하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골프 코스마다 깃든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케이프타운의 온화한 날씨와 어우러져 골프를 하는 내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골프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그동안의 여정을 되새기며 마지막 만찬을 준비했다. 도시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 자리 잡고 앉아 소믈리에의 추천을 기다렸다. 케이프타운은 남아프리카 와인의 발상지로, 그 역사는 17세기 중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의사였던 얀 반 리벡(Jan van Riebeeck)이 포도나무를 심으며 시작되었다. 이후 프랑스 위그노(Huguenot)들이 이주하며 와인 양조 기술을 전파했고, 케이프 와인은 점차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얻어갔다.
소믈리에는 이 지역의 다양한 와인 중 현지의 풍미가 가득 담긴 최고급 Cabernet Sauvignon 와인을 선별해 주었다. 포도밭에서의 햇살과 바람, 토양의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와인 한 잔을 들고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음미했다. 그윽하고 깊은 와인의 향은 마치 우리가 지나온 여정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보름달까지 우리를 축복했다.
이렇게 밤이 깊어가고, 야경과 와인에 취해 우리 모두는 마지막 순간을 만끽했다. 케이프타운에서의 여정은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들로 채워졌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긴 여정을 함께해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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