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으로 이동하는 차는 다시 산들을 넘기 시작한다. 얼마나 갔을까. 유럽여행 가이드도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 사람들 가는 곳을 따라 걸어간다.
터키 여행 프로그램이라면 꼭 보여주는 저 소금 바닥같은 모습의 파묵칼레.
사람들도 너, 나 할 것없이 모두 그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클레오파트라의 목욕탕을 연상하는 듯 열심이다. 그리고 유럽여행 가이드 조차도 몰랐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히에라폴리스 Hierapolis!
바로 이곳의 마땅한 이름이다. 파묵칼레가 아닌.
터키인들이 히에라폴리스 대신 파묵칼레를 선전하는 걸 알고서 난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의아했다.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 옆 로마 신전 벽을 노점상이 훼손하는 것부터 찬란한 히에라폴리스는 제쳐두고 온천물에 물고기가 각질을 먹어치우는 걸 선전하는 것까지 투르크 족은 로마나 그리스 문명을 애써 무시하는 것만 같다.
에페소스와 쌍벽을 이룰만큼 번성했던 로마의 도시. 클레오파트라가 몇 번이나 이집트에서 찾아왔다는 곳. 그녀는 쇼핑은 에페소스에서 하고 스파는 여기서 했다고..
로마 건축술의 상징과도 같은 아치는 땅 바닥에 재조립되어 있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황량하게 펼쳐진 옛 도시의 흔적 위로 패러글라이더가 자유로이 날아간다.
상당한 규모였음이 분명한 원형극장의 모습이 아름답다.
델로스 섬에서 본 정도 규모의 폐혀. 게다가 멀리 설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친 환상적인 풍경.
명당 중의 명당이다. 에페소스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이름다운 풍광.
무너진 돌 기둥들이 나뒹구는 벌판은 과거를 증언하고 멀리 설산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 모습이 신기루같았다.
마침 원형극장의 한쪽 끝에 여행객 둘이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 하늘과 역사와 바람이 늦은 오후 한 때를 채우고 있었다.
불과 90분의 자유시간. 난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다.
아쉬움에 땀이 나는 것도 나를 막을 수은 없다.
하루 종일이라도 머무르고 싶은곳. 더 많이 무너져 내려 더 애착이 가는 곳이었다.
어느 유적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석양을 받으며 서있는 히에라폴리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꾸 돌아다 보며 나는 다음을
재촉하는 버스로 향했다.
뒤돌아 보는 나를 패러글라이더가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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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언덕을 내려와 숙소로 향한다. 그런데 창 밖으로 백설에 덮인 것 같은 파묵칼레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침 근경엔 연못과 그 한켠에 앉은 사람까지. 길이 기억에 남을 순간을 멈춰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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