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을 먹고 유럽여행 가이드를 태우고 출발한 버스가 쿠사다시 정도에 왔나 보다. 가로수엔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꽃이 피기 전인 이 겨울에 보는 아름다움을 모두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에페소스. 로마시절 3대 도시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 처음은 7월에 지중해 크루즈하다가 M과 함께 왔었는데... 지금은 겨울의 끝자락이다.
지금의 에페소스 위치는 낮은 산과 산 사이 계곡에 길게 뻗어있다. 바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잘 보존된 유적이라서 히에라폴리스보다 관광객에게 유명한가 보다.
아직도 그 많던 신전들의 입구 부분이 그시절 모습으로 이렇듯 남아 있다.
이곳의 터줏대감은 이제 고양이가 되었다. 처음 왔을 때도 모자이크 가도 한 복판을 차지하고 움직일 생각이 없던 고양이를 보았는데 이번에도 낮은 담벼락 위에 고양이가 앉아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무너져 쓰러진 신전의 대리석 기둥이 흘러간 영화가 어떠했는지 속삭이고 있는 가운데에서.
누구의 신전이면 어떻고 언제 무너졌으면 어떠랴.
과거의 기억이 조용히 잠든 이곳에도 생명은 태어나고 또 자라나고 있다. 마치 옛 기둥을 토대로 피어난 것 같은 나무가 겨
울 하늘 아래 소박하다.
우리의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난 원형극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일행에서 벗어난다. 다시 설명을 듣는 것보다
이곳을 혼자 느껴보고 싶어서... 그리고 곧 삼년전 M과 서 있던 모자이크 가도에 도달한다.
총 100미터는 될 것만 같은 이 보도를 모두 모자이크로 장식한 에페소스의 전성기.
막상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는 도시에 가도 너무 오래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나에겐 이렇게 열린 공
간에 있던 그대로 펼쳐진 유적이 잘 맞는다.이런 곳에 있을 때면 난 타임머신을 타고 그들의 시절로 날아간다. 초등학생 시절 지리부도를 놓고 상상의 나래를 펴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
내리막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오른쪽으로 꺽어지고 그 코너에 유명한 에페소스 도서관이 버티고 있다.
꺽어진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돌무더기. 기둥 모음들.
오던 길을 돌아 본 모습. 도서관 그리고 main street.
산 것과 죽은 것. 나무와 기둥, 돌 더미.
가장 완벽한 상태로 보전되어 있다는 원형극장. 만2천명 수용이라던가. 길은 원형극장을 지나 바다 쪽으로 뻗어 간다. 얼
리 바다가 보인다. 옛날보다 수 킬로미터가 바다가 밀려나갔다고. 그와 함께 에페소스의 의 영화와 사람들도 모두 떠나 가
버렸다.
원형극장 꼭대기엔 어울리지 않게 자라난 나무 한그루가 옷을 벗고 있고 하늘은 구름이 끼었다. 그 밑에 두사람이 무언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혼자 견디기가 힘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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