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유여행을 다녀 본 중에서도 크루즈 여행은 가장 행복한 추억을 남겼다. 지중해를 따라 이동하며 고대 유적과 절경을 감상하는 것은 크루즈 여행의 치명적 매력이다. 코로나19가 하필 일본에 기항한 크루즈에서 발생하는 통에 앞으로는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것이 조금 망설여질것 같다. 아쉬운 마음에 지난 크루즈 여행의 기억을 글로 담아 본다.
우리는 로마에서 이틀을 자고 크루즈를 타기로 했다.
이번이 세번째 로마 방문이지만 두번째는 토스카나 지방을 돌아다니다 로마에서 서울오는 비행기를 탔을 뿐이라 두번째 방문이라는게 더 정확하다. roman forum근처에 호텔을 예약했다.
초여름의 로마는 겨울에 왔던 첫 방문과 사뭇 다른 인상을 주었다. 호텔은 Roman Forum바로 앞. 공항에서 픽업나온 리무진 택시 기사를 따라 주차장으로 이동해 호텔까지 갔다. 비용은 50유로. 싸다고 할 수 없지만 어차피 공항 셔틀버스가 15유로에 도심에서 다시 택시로 호텔까지 이동할 것을 감안하면 두사람이 50유로를 지불하는 것은 할 만한 호강이다.
호텔은 기대한데로 로만 포룸에 접하고 있어 창을 열면 고대로마의 유적이 눈 앞에 펼쳐진다. 늦은 저녁을 먹고 우리 두사람은 밤 12시 가까운 시간까지 산책을 즐겼다. 지금도 아침 여명 속에 잠긴 콜로세움과 카피톨리움 언덕을 산책하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조용한 시간에 2천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을 넘어 옛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던 자리를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짧은 명상에 잠기는 것은 로마와 같은 도시에서만 누릴수 있는 잊지못할 추억이 된다.
둘째날 저녁에는 로마의 여름 페스티발의 일환으로 피아노 연주회를 보러 갔는데 Marcello 극장의 야외 특별무대에서 펼쳐졌다.
2천년동안 자리를 지킨 극장이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저녁 노을에 젖어가고 조명이 고색창연한 유적을 분위기있게 비추는 가운데 울리는 피아노의 독주. 그리고 무심히 붉게 파란 하늘을 가르고 날아가는 비둘기의 여유로운 모습...
연주가가 Maestro가 아니라 한들 무슨 상관이랴.
옆자리에 온 일본인 부부들 중 한 남편이 신발을 벗더니 스르르 잠들어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여유롭고 평화로웠다면 잠드는 것도 행복이리라....
건축의 불가사의라고 불리우는 로마 판테온의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는 멀리 보이는 금빛 액자에 놓여있던 것이라고... 고대 그리스의 신들을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홀을 뻉돌아 그리스의 12신 조각이 있었다고 하는데 로마가 기독교화되면서 기독교 성인들의 조각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낮에는 세계관광의 명소답게 로마 시내가 관광객과 현지 사람들로 붐빈다.
점심시간이 가까운 시내는 이미 뜨거운 태양으로 거리의 파라솔 펼쳐진 카페들이 신기루 속에 앉은듯 보인다. 사람들은 한가로이 다가올 여름을 즐기며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린다.
쇼핑가에서 코너만 돌아도 나타나는 미로같은 로마의 작은 골목길은 번잡한 호화로움이 없는 한적한 산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출발하는 날. 크루즈의 승선마감은 오후 5시였으므로 우리는 아침 일찍 보르게세 미술관을 보러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입장을 하려면 예약을 했어야 한단다. 어딜가나 미술관 관람은 왜이리 힘이 드는지... 더 어렸을 때같으면 화가 날 법도 한 낭패 상황이었지만 여유를 찾고 햇살이 쏟아지는 아침 공원을 걸어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가는길에 우연히 마주친 볼사리노 모자점에서 맘에드는 여름모자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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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광장 계단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이제 11시에 오기로 한 리무진을 맞으러 호텔로 돌아 갈 시간이다. 짐은 다 싸서 벨 데스크에 맏겨 두었으니 우아를 떨며 타고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록 차가 오지 않는다. 프론트에 부탁해 연락을 하니 출발했다고 하는데 불안하다. 이 사람들도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배워 무조건 출발했다고 대답만 날름날름 해 대는건가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들 때쯤 Mercedes E class가 한대 호텔 앞에 도착한다. 우릴 데리러 온거다! 이틀 밤을 자는 동안 새로운 로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한달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라는 생각을 하며 old town을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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