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의 시조는 ‘테세우스’인데 그의 고향이 트로이젠이다. 에피다우로스에선 해안을 따라 50킬로미터 남동쪽으로 가야 한다.
에피다우로스에서 연극 공연을 보고 트로이젠으로 가려면 밤 10시가 넘은 인적없는 도로를 달리게 되는데, 주변 풍경이 마치 그리스 신화 속 요정이 장난이라도 걸어올 것 같이 신비하다.
역사 또는 신화
트로이젠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태어난 곳이다. 그가 아버지 아이게우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괴물들을 처치한 얘기는 그리스 신화의 단골메뉴다.
역사적으로는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을 준비할 때, 아테네의 모든 시민이 트로이젠으로 피난을 왔었다. 기원전 720년에는 이태리 반도 남쪽에 식민지 ‘시바리스’를 건설하기도 했다.
이 도시는 또한 클래식 흑백 명작 영화 ‘페드라’의 줄거리가 탄생한 곳이다. 테세우스의 아들에 대한 계모의 미친 사랑으로 빚어지는 비극적 이야기가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성채
트로이젠 성채를 찾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우선 성채 아래 마을 트리지나에서 출발하는데 초입부터 비포장 산길이 나타난다. 차 한대가 다닐 수 있는 길은 빗물이 흘러 패이고, 산에서 굴러내린 밥솥크기의 돌들이 흩어져 있어 승용차로 오르기 벅차다.
우여곡절 끝에 네비게이션에 지정한 목적지 근방에 도착하면 사륜구동 자동차나 갈 수 있는 언덕이 가로 막는다. 식은 땀을 흘리며 좁은 산길에서 차를 돌려 주차하고 마지막 고지를 걸어서 오른다.
언젠가 오래된 자료에서 스케치로 본 풍경이 펼쳐지는 이곳이 유적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성 벽도, 성 자체도 모두 숲에 가린 것 같다. 발굴에 쓰인 가건물에 마저 인적이 끊어졌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비탈길을 내려와 올리브 농장들을 사이에서 음악의 여신 뮤즈 사원 만난다. 벽면 하나만 남은 잊혀진 유적.
또 다른 유적 표지를 따라 가니 그나마 철조망이라도 쳐진 유적이 나타난다. 얼핏보기에도 상당히 넓고 평탄하게 조성이 된 상태인데 건물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멀리 성채가 있는 산이 보인다.
지키는 이도 없는 문을 지나 3-4분을 걸으면 휘폴리토스의 사원 표시가 있다. 직사각형의 기초만 남아있는 유적. 계모의 사랑을 거부하고, 계모의 모함에 걸려들어, 아비의 저주로 죽음에 이른 젊음. 사원은 휘폴리토스가 운동을 즐겨하던 위치에 세웠다고 한다. 운동하는 젊은이의 몸을 훔쳐보던 사악한 계모의 느끼한 눈길도 이곳을 더듬고 다녔을 것이다.
유적의 가장 깊은 곳에는 무너진 기독교 교회 건물이 있다.
교회 뒤에는 에게해가 펼쳐진다. 아테네 시민들이 피난을 오던 바다.
무너진 담벼락을 이루던 벽돌이 카파도키아의 돌기둥 같은 느낌을 준다 .
이곳에도 올리브 나무는 마치 여신 아테나가 보초를 서는 것처럼 유적을 지키고 있다.
유적에 철조망만 있고 입장료도 받지 않더니 정말 오가는 사람이 없다. 유적은 한낮의 태양아래 이글거리고 나그네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늘에서 맥주를 마시던 독일 관광객들이 음수대에 올라서서 기념촬영을 한다고 수선이다. 넓은 유적엔 오직 그들과 나그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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