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케네와 코린트 사이는 험준한 산이 가득한 지형이다. 미케네에서 북서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산과 산 사이의 협곡길을 약 삼십분 달리면 고대 네메아에 도착한다. 오늘날의 네메아는 다시 십여분을 더 가야하기 때문에 고대 유적은 평온한 고요함 속에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메아에서는 두 군데를 꼭 들러야 한다. 첫 번째는 박물관과 제우스 신전 유적이 있는 곳이고, 두번째는 네메아 게임이 개최되던 스타디움이다. 지도 상으로 두 곳 사이의 직선 거리는 3-400미터 정도인데 차로 가면 1킬로 남짓이다. 겨울엔 몰라도 여름엔 걸어가는 것을 심각히 재고해야 한다.
역사와 신화
네메아는 역사 속에서 강력한 도시로 위세를 떨친 적이 없다. 이곳은 산으로 둘러싼 분지지만 물이 풍부해 수풀이 울창하고 방목에 적당하다. 코린트, 아르고스와 아카이아 지방, 아카디아 지방의 중앙에 위치해 범 그리스 축제를 벌이기에 적합했는데 사람이 살기 힘든 겨울의 혹독한 날씨와는 달리 여름에는 다른 곳보다 녹음이 우거져 선선해 경기를 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그다지 매력적인 위치도 아니고, 물산이 풍부한 것도 아니지만 여름에 한 번, 모두 모여 놀기 좋은 곳이지 않았을까 싶다.
유적
제우스의 신전은 그리스에 흔치 않다.
아폴로, 아테나, 심지어 아프로디테 신전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제우스 만은 신전이 흔치 않다. 그런 제우스 신전이 네메아에 있다.
유적 가운데 유리관이 있어 들여다 보니 사람의 유골이 들어있다. 얼마나 된 사람일까.
고대 그리스의 도시로는 그 규모가 손색이 없는 신전들과 체육시설을 갖춘 네메아의 조감도는 인상적이다.
체육시설 중 잘 보존된 목욕탕은 아예 고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포스터까지 앞에 세워 놓았다.
세면대는 세월에 금이 가고 낡았지만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박물관에는 옛 모습을 되살려 놓은 작은 모형이 있다. 마침 창밖으로 유적의 제우스 신전이 보인다. 그 뒤로 저수지가 있다.
스타디움으로 가기위해서는 수십미터 사이프러스 나무가 선 유적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움직여야 한다. 큰 길로 100여 미터를 가면 삼거리 오른편에 이곳 유일한 식당, 타베르나가 있다. 잠시 쉬어가기에 적당한 이곳엔 현지 사람들이 뜨거운 해를 피해 맥주잔과 그리스 샐러드를 즐긴다.
모든 그리스인들이 참가하는 축제는 4가지가 있었다. 가장 유명하고 올림픽의 기원이 된 올림피아 게임을 시작으로 신탁으로 유명한 델파이 게임. 코린트 근처의 이스트미아 게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메아 게임이다.
이 평온한 마을도 기원전 5세기 경에 남쪽의 아르고스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그 후 네메아 게임도 아르고스에서 개최하기에 이르고 옛 도시는 잊혀져 갔다.
네메아 주변의 산에는 작은 동굴들이 발견되는데, 옛날부터 사자의 굴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웅 헤라클레스가 맨 손으로 싸워 때려 죽인 ‘네메아의 사자’가 살던 굴이다. 그 후로 헤라클레스는 사자 가죽을 머리에 쓰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육상경기를 하던 스타디움은 아주 긴 직사각형인데 그 주위엔 물이 흐르도록 홈을 빙 둘러 만들었고 중간 중간 물저장통이 놓여 있다.
스타디움을 들어가기 위해선 터널을 지나간다. 반원형으로 돌을 쌓아 만든 약 30미터 되는 터널은 작은 언덕 밑을 통과한다.
터널의 건너편에는 기둥만 몇개 남은 유적이 있다. 요즘의 락커룸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합 전 선수들이 몸에 올리브 기름을 바르고, 몸을 풀었을 것이다. 경기장 한 쪽 끝에서 바라보면 까마득히 먼 곳까지 운동장이 펼쳐지고 그 뒤로 산야가 펼쳐진다.
트랙의 주위에는 물이 흐르는 경주 안압지 같은 수로가 있다. 그곳에 물을 대는 것은 하나의 샘에서 시작된다.
선수들이 터널을 통해 입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아테네, 스파르타, 아르고스, 테바이, 시라쿠사 등등 수많은 폴리스에서 선발된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이 작은 골짜기에 가득했을 모습을 상상해 보며 여행자는 짧은 네메아 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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