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 북쪽에는 올림피아 축제를 주관하던 도시 엘리스가 있다. 한 때는 스파르타를 상대로 큰 소리를 치던 세력이던 엘리스를 가는 길을 그리스에서 보기 드물게 밭이 길 양편으로 넓게 펼쳐진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평야를 달려 도착한 곳에는 겨우 팻말 하나가 서 있고 어지간한 유적엔 빠지지 않는 박물관은 커녕 매표소 조차 없다.
도로가 옛 도시를 두개로 가르고 달릴 뿐, 유적은 낮은 철조망 하나로 가려져 있다. 그리고 수로를 통해 농업 용수가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버려진 도시 엘리스는 아무 사연이 없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코린트나 플라타이아 같은 도시는 정복자에 의해 파괴된 사연이라도 있다. 하지만 엘리스는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사라져 버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로마 제국이 올림픽 게임을 금지하면서 조금씩 중요성을 잃고 시들어 갔을까? 터무니 없는 나그네의 짐작만 머리에 맴돈다.
지붕을 만들어 놓은 곳은 창고로 쓰이는 간이 건물이었는데 인적은 없다. 걸어 내려온 길 쪽을 바라보면 한 줄기 도로와 철조망이 보인다. 도로에는 다니는 차량도 없다.
멀리 가로수 처럼 서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 길이 보인다. 그 길은 앞쪽 산을 향해 뻗어있는데 산 아래 길 왼편으로 유적이 보인다.
이 넓은 공간이 모두 비어 있다. 심지어 보는 사람도 나 혼자.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강국 코린트에 대항한 코르퀴라 (현재의 코르푸)와 전쟁을 벌여 이긴 전리품으로 신전까지 지었다는 엘리스에는 허무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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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남짓을 벌판에서 헤메다 발길을 돌려 차를 주차한 곳으로 돌아간다. 아침 일찍 서둘렀는데도 그리스의 여름 태양은 벌써 견디기가 힘들어 진다. 하늘에 뜬 뭉게구름이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만든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느닷없이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돌 바닥에 떨어뜨려 CPL필터가 박살이 났다. 엘리스의 유령들이 심술을 부리는 것일까.
깨진 필터를 분해해 경계 철조망에 올려 놓고 유적을 배경으로 영정 사진을 찍는다.
길 반대편의 유적은 옛도시의 메인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스토아가 있었던 흔적이 있다. 멀지 않은 곳에 농가의 2층 집과 물탱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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