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유여행 Punctum 사진 한장] 오스트리아 인스부루크 알프스 노르드케테 명상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이 있다. 내게는 높은 돛이 달린 세일보트를 갖는 것이 꿈이다. 경제적인 난관도 있지만 주위의 만류 또한 내 꿈을 이루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다. 또 "세일보트를 가진 사람에게 기쁜 날은 딱 이틀 뿐이다. 사는 날과 파는 날."이란 경험담도 부담이다. 그러고 보면 재화를 획득하는 것은 많은 경우 기쁨보다는 새로운 부담을 지는 것이다. 

재화를 사는 대신 경험을 사는 것이 맞다. 특히 여행은 내게 돈과 바꿀 수 있는 가장 값진 경험이다.  여행을 준비하며 즐겁고, 다니는 동안 즐겁고, 다녀 오고 난 후 평생이 즐거우니까. 여행의 후기를 적게 된 것도 이런 기쁨을 곱씹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이 시끄러우면 꾸준히 쓰겠다고 마음 먹은 여행 후기를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소식도 우울한데 그 와중에 정치권과 정부는 제 역할보다는 제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니 울화가 치민다.

피곤하고 짜증나는 신경은 알프스로 날아간다. 

인스부르크  Innsbruck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이태리에 걸쳐 있는 알프스 티롤 지방의 작은 도시다. 두 번인가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곳으로 유명한 이 도시를 찾을 때는 크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도심에서 2천 미터가 넘는 알프스의 산봉우리까지 케이블카로 직행한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했을뿐. 

노르드케테 Nordkette.

세 개의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정상 이름이다. 미국과 유럽이 여름방학 중인 7월이라 사람이 제법 많았지만 정상에 내리자 너무나 광활한 알프스의 지형에 모든 것은 개미처럼 작게 묻혀 버린다. 여름인데도 고도가 2300미터 이상이니 쌀쌀하다. 바람까지 거세 체감온도는 5,6도 정도. 한 곳엔 아직 녹지 않은 얼음까지 있다. 

광활하게 펼쳐진 알프스 티롤의 장관을 보며 정상을 한시간 정도 돌아다니다 한 곳에서 발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때 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잔뜩 찌푸린 하늘아래 엄청난 봉우리를 배경으로 서 있는 작은 오두막. 그리고 그 돌벽에 기대앉은 사나이. (4천7백만 화소 카메라로 촬영해 모바일에선 느낌이 약하다.)

한시간 가량 말 한마디 않고 경이로운 자연을 음미하며 거친 바람에 마음 속 세상 묵은 때를 날려보내던 그 때를 잘 표현하는 사진 한장이 되었다. 그때의 대적막이 그리운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