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 아흐메트 광장에서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호텔에 묵은 덕을 톡톡히 보는 아침.
창 밖으로 아야 소피아의 모습이 펼쳐지는 호강을 누린다.
아내와 산책을 나선다. 호텔을 나서 우회전, 30미터 만 가면 트램길이고, 그걸 건너면 아흐메트 광장이다. 늦겨울이라곤 하지만 기온은 영상인 것 같다.
광장 한 켠엔 구운 옥수수를 파는 사람이 장사를 시작했고, 석류주스 가게는 막 문을 열려고 한다.
터키의 스파 건물인 듯한 둥근 지붕 꼭대기엔 새들이 앉아있고 그 너머로 노을 같은 여명이 펼쳐진다.
광장을 가로지르면 바다가 보인다. 이제 왼편으로 꺽어 3-4분을 걸으니 톱카프 궁전의 뒷문이 나타난다.
문에는 소총까지 들고있는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그리고 우리 주위엔 순한 눈을 한 송아지 만한 개들이 어슬렁거린다. 무서워하는 M을 위해 가라고 야단하면 불쌍한 눈빛을 짓지만 갈 생각은 없다. 배가 고픈 거겠지...
왼편의 궁전 벽은 바다로 가는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들어가는 화물선을 발견한다. 소련의 핵잠수함도 지나다니는 좁지만 수백미터의 수심을 자랑하는 해협에 아침 해가 찬란하다.
한시간 가량의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했다. 마침 부페의 음료 코너에 페리에 탄산수가 있어 여행으로 더부룩한 배를 개운하게 씻을 수 있었다.
09:30.
예약한 가이드가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100 유로를 주긴 했지만 잘 모르는 도시에서 현지인의 가이드는 필요하다. 그리고 난 이슬람 권인 터키의 문화나 사람들의 친절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아야 소피아에서 M과 가이드
'꽃보다 누나'에 나와 더욱 유명해진 지하 물탱크. 그리스 신전의 기둥을 재활용한 로마인의 실용성? 아님 정복자의 오만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입구는 산책하다 지하철 입구라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톱카프 궁전, 아야소피아, 물탱크, 오벨리스크 등을 돌아보니 11:30. 가이드와 오후 1:30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점심을 먹었다. 아야 소피아가 보이는 어느 호텔의 꼭대기에 자리잡은 식당은 시간이 일러 우리 밖에 없다. 사면이 창이다. 우린 보스포로스 해협과 궁전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맥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오후엔 택시로 이스탄불의 명동이라는 탁심으로 이동했다. 인파로 넘치는 거리에는 기독교 성당도 있었는데 이슬람 세계에 주눅이 들은 듯한 모습이었다.
오스만에 정복당하기 전, 저 유리창은 찬란하게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로 빛나지 않았을까?
거리를 따라 걷는데 골목 바닥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소위 '백통'을 만지는 사진가가 눈에 띈다. 나는 사진 동호인으로써 그가 그동안 찾던 이미지를 발견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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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가게로 가고있는 가이드와 M. 여자 가이드를 찾아 주길 잘 했다. 두 여인은 자매처럼 다정하다.
갈라타 타워를 지나 다시 우리가 건너 온 바다로 나온다.
고등어 케밥이 유명한 부두를 지나간다. 우린 엄두가 나지 않아 먹지 않았는데 멀리서도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길거리의 군밤 장수, 그리고 해협 건너 멀리 블루 모스크가 보인다.
해협을 건너는 다리는 차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을 찾아야 할 정도. 그런데 그 와중에 난간에는 낚시하는 사람들까지 늘어섰다. 저것이 생업이라고...
다리를 건너 이집트 바자르 가는 길에 다니는 사람들. 바로 연결되는 지하도는 사람이 너무 많아 갈 수가 없다며 가이드가 우회로로 안내를 한다.
이집트 시장을 보고 나니 오후 다섯시가 되어 간다. 한군데만 더 보면 된다. 택시를 타고 가이드가 기사에게 목적지를 알려주더니 길이 막혀도 40리라만 받기로 했다고 한다. 가이드와 작별.
목적지에 도착. 택시기사 돌변. 80리라 요구.
항의도 소용없고... 주변에 경찰도 없는 한적한 곳.
돈으로 떼운다. 불쾌한 택시.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곳의 경치가 좋아 보상을 받았다. 다만 유명하다는 이곳의 터키식 커피는 우리에게 잘 맞지 않았다. 마치 커피로 미수가루를 탄 것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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