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록 (Travel Journals)/크로아티아 여행기

크로아티아 프리모슈텐 첫 입항기 — 앵커를 내리고 바라본 반도의 석양

by 유럽탐험 2026. 8. 12.
728x90
반응형
크로아티아 프리모슈텐 첫 입항기 — 앵커를 내리고 바라본 반도의 석양
SAILING STORY
프리모슈텐 첫 입항기

앵커를 내리고 바라본 반도의 석양

달마시안 해안을 따라 항해한 끝에 만난 작은 반도, 그 첫날의 기록

프리모슈텐은 항해 계획표에서 그저 경유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앵커를 내리고 반도를 올려다본 순간, 이곳이 이 항해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곳이 되리라는 걸 직감했다. [가족과 함께한 크로아티아 항해] 중 가장 평화로웠던 하루를 기록한다.

도착 — 시베니크에서 남쪽으로

시베니크을 출항한 것은 아침 10시 무렵이었다. 북서풍 10~15노트가 불어 beam reach 또는 broad reach로 편안하게 달렸다. 해안선을 따라 남동쪽으로 약 12해리, 세 시간 남짓 항해하니 프리모슈텐의 특유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토에서 튀어나온 작은 반도, 그 꼭대기에 교회 종탑이 솟아 있는 모습이 마치 그림엽서 같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앞바다에 이미 앵커링한 요트들이 보였다. [20~30척]은 되어 보였다. 크루즈선 한 척도 먼 바다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 이 작은 마을에 이렇게 많은 배가 모여든다는 게 놀라웠다.

프리모슈텐 앞바다 요트 앵커링
투명한 청록빛 바다 위에 앵커를 내린 요트들 — 수심 5미터까지 바닥이 훤히 보였다

앵커링 — 마을 앞 투명한 바다

반도 서쪽, 마을 정면 부두에 빈 자리가 있어 stern to로 정박을 하였다. 마리네로가 능숙한 솜씨로 도와주어 쉽게 마칠 수 있었다. 에 자리를 잡았다. 수심 6~8미터, 모래와 해초가 섞인 바닥. 앵커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위에서 그대로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 체인이 바닥에 닿고 앵커가 물리는 것을 확인한 뒤, 엔진을 끄자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졌다.

바람 소리, 찰랑이는 파도 소리, 멀리서 들리는 갈매기 울음. 물속에서 올려다보면 배 바닥이 하늘처럼 떠 있다고 했다. 나는 콕핏에 앉아 그 풍경을 한참 바라봤다. 반도 위 빨간 지붕들, 종탑,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달마시안의 산등성이.

상륙 - 구시가로

정박기념 맥주 한 켄을 비우고 피어를 떠났다. 마을로 들어서자 돌길이 바로 시작됐다. 프리모슈텐 구시가는 정말 작다. 골목 전체를 도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밀도가 놀랍다. 석조 벽에 매달린 빨래, 창틀의 화분, 문 앞에 놓인 고양이 밥그릇. 관광지이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

프리모슈텐 종탑과 석조벽
구시가 골목의 종탑 — 돌벽 사이로 수백 년의 시간이 느껴졌다

성 유리 교회 — 15분 등반, 360도 보상

구시가 꼭대기를 향해 계단을 올랐다. 성 유리(Sv. Juraj) 교회까지 약 15분. 길이 좁고 가파르지만, 올라가면서 뒤를 돌아볼 때마다 시야가 넓어지는 쾌감이 있다. 정상에 서면 사방이 바다다. 서쪽으로 석양이 내려앉는 수평선, 동쪽으로 본토의 산, 북쪽과 남쪽으로 점점이 흩어진 섬들. 우리 배가 앵커링한 곳도 발아래 보였다. [아내]가 "여기서 보니까 우리 배가 장난감 같다"고 했다.

석양 — 하늘이 불타는 시간

석양을 언덕 위에서 기다렸다. 해가 수평선으로 내려가면서 하늘이 주황, 분홍, 보라로 차례대로 물들었다. 아래로 마을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고, 앵커링한 요트들의 마스트 라이트가 반짝였다. 바람이 잦아들면서 수면이 거울처럼 고요해졌다. 그 위에 석양빛이 번져 나가는 풍경을 말없이 바라봤다.

저녁 — 코노바에서의 식사

언덕을 내려와 항구 근처 코노바에 자리를 잡았다. 문어 구이와 그릴 생선을 시키고, 프리모슈텐 특산 바비차 와인을 열었다. 크루들과 함께 천천히 먹으며, 오늘 하루 본 것들을 이야기했다. 밤바다 위로 달이 떠올랐고, 요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이 수면 위에 길게 반사됐다.

테라스에서 — 밤의 프리모슈텐

프리모슈텐 숙소 테라스 야경
구시가에서 바라본 야경 — 마을과 바다가 한 프레임에 들어왔다

마을의 주황빛 가로등, 앞바다의 요트 불빛, 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는 별. 딱 이 순간을 위해 프리모슈텐까지 항해해 온 것 같았다. 세상은 이미 잠이 든듯 고요하고, 나는 와인 한 잔을 더 따르며 항해 일지를 적었다.

프리모슈텐은 화려한 곳이 아니다. 대형 리조트도, 번화한 바도 없다. 그런데 바로 그 소박함이 세일러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 앵커를 내리고 딩기를 타고 상륙하고, 돌길을 걸어 언덕에 오르고, 석양을 보고, 밤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이 단순한 리듬이 프리모슈텐에서는 완벽하게 작동한다.

입항 팁: 프리모슈텐 앞 앵커링은 무료이지만, 성수기(7~8월)에는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오후 2시 전에 도착하는 것을 권한다. 바닥이 모래+해초 혼합이라 앵커가 잘 물리지만, 해초 위에 떨어지면 드래깅할 수 있으니 다이빙으로 확인하면 확실하다. 대안으로 남쪽 3km 크레믹(Kremik) 마리나도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마리나는 특히 경쟁이 심하다. 비용은 제법 비싸서 45피트 요트는 90유로를 받는다.

크로아티아 세일링 입항기와 항해 정보

네이버 카페 — cafe.naver.com/medsailing

#프리모슈텐 #크로아티아세일링 #입항기 #요트앵커링 #달마시안항해 #성유리교회 #프리모슈텐야경 #세일링에세이 #아드리아해 #Primošten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