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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에서 두 시간 걸려 도착한 레만호수가의 휴양도시 몽트뢰.
유럽여행 가이드는 호텔에 든 뒤, 늦은 점심을 먹으러 테라스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이렇게 아름다워도? 몇 그루 꽃나무 너머로 레만호가 바다처럼 펼쳐지고 가물가물하게 호수 반대편의 육지가 보일듯 말듯... 저기가 에비앙이던가?
성수기가 지나기도 했고 오후 세시가 넘어선 늦은 점심이라 식당에는 나 혼자뿐이다.
사실 스위스는 음식이라도 맛이 덜 해서 다행이다. 이런 풍경에 음식까지 맛있으면 어쩌란 말이냐?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대신한다.
내 셔터는 스위스에서 고장이 났다.
자꾸 생각없이 누르는 병이 걸렸다 해야 하나.
너무나 강렬한 역광이 플레어를 사방에 만들어 놓아도 셔텨를 누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점심을 마치고 호텔 앞 Bally샵에서 신을 하나 샀다. 놀라운 점원의 눈썰미. 프로란 이런것이다. 한 번에 눈대중으로 내 사이즈를 찾아 나온다. 길이에 발폭까지 딱 맞춘듯 ... 잘 맞으니 편하고, 편하니 사지 않을 수가 없다.
쇼핑을 마치고 차를 몰아 알프스 방향으로 레만호반을 달린다. 오디오에서 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더해져 분위기는 한없이 좋다.
그리고 나타난 시옹 성!
이태리에서 프랑스, 독일로 가는 길목에 선 toll gate같은 곳이다. 통행세를 정말 걷었으니까.
잘 보존된 성채를 둘러본 후, 성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이 시옹 성과 그 뒤의 눈덮인 봉우리를 붉게 물들이는 걸 한시간 이상 바라보았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발을 뗄수 없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시옹 성에서 돌아와 호텔 근처에 있는 분위기 좋은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묘하게 누군가를 찾아봐야 할 것 같은 심리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8시부터 11시가 되어 지치도록 인적도 거의 없는 몽트뢰의 호반 길을 몇 번이고 오갔다.
Freddy Mercury가 마지막 나날을 보낸 이곳의 사연떄문일까?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던 밤도 지나고 아침이 밝아 온다. 호텔 발코니에서 바라 본 호수의 풍경. 프랑스 쪽 산 정상에 남은 빙하 아래로 구름이 낮게 드리웠다. 오늘도 보는 것마다 내 마음은 설레인다.
시옹 성이 있는 방향을 바라 본 풍경.
몽트뢰와의 인연도 하루 밤 뿐이다. 이제 몇시간이 지나면 이곳을 떠나 또 다음 목적지로 가야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정원을 산책한다. 해바라기와 야생화 오리, 그리고 들꽃이 잘 어우러져 평화로운 잔디밭 뒤로 레만호수, 그리고 그 뒤엔 저 멀리 만년설을 머리에 인 봉우리가 시리게 푸른 하늘아래 펼쳐진다.
스위스, 레만호, 초가을 아침,
프레디 머큐리.
그룹 퀸의 리더였던 그는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명반 made in heaven을 남기고... 바로 이곳 몽트뢰에서.
어린 시절 처음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후 다른 어떤 그룹보다 더 높은 음악성을 가진 그룹으로 내 청소년기를 기배했던 그룹의 발자취를 느껴본다.
머큐리의 동상이 레만호를 바라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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