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열기가 조금은 식은 9월 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훑어보았던 일주일 간의 여행 기록을 꺼낸다. 남들은 몇 주일도 다닌다는데 내게 주어진 시간은 7일 뿐이었다. 먹고도 살아야 하니까...
사실 스페인은 여름에 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비도 한방울 떨어지지 않는 사막같은 뜨거움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이동해 리스본까지 갔다가 마드리드로 동진해서 귀국하는 일정이다. 반도 내에서 이동은 모두 기차로 한다.
열 한시간을 넘게 날아 파리에 도착하니 저녁 6시경이다. 연결 항공편 출발까지 약 두시간 여유가 있다.
비행 중 잠을 거의 자지 못한 탓에 피곤함을 느낀다. 비행편이 많이 떠나고 난 한적한 비지니스 라운지에서 하이네켄과 레드와인,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 짐은 제대로 연결되어 가고 있는지 은근히 걱정이다. 밤 11시에 도착했는데 짐이 같이 오지 않은 상황은 생각도 하기 싫다. 마침 샤워장이 있는 라운지라 뜨거운 물을 십여분 맞으며 피로를 풀어 본다.
바르셀로나 행 에어 프랑스 항공편은 오후 8시30분에 출발해 두시간을 날아간다. 짧은 구간이라서인지 이코노미석의 좌석 간격이 좁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옆에 제법 체격이 있는 백인까지 앉아 견디기가 힘들다. 이미 열시간 넘는 비행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견디기가 힘들다.
비행 도중 후회가 된다.
'파리에서 하루 잘 걸...'
그러나 하루 밤도 아까운 짧은 일정의 여행에서 그런 호사와 여유를 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예상보다 더 지친 상태로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택시로 호텔에 도착하니 열한시가 가깝다. 람브라스 거리에서 가까운 호텔은 만실인지 늦게 도착한 내게 배정된 방에는 창문은 없고 발코니로 나갈 것 같은 유리문만 있었다. 문을 열어보니 ㅁ자로 지어진 건물의 가운데 공간이 답답하다. 후론트에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할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지쳤다. 그리고 창만 없다뿐 침대나 시트는 5성급 호텔다웠다. 잠자리에 들기 앞서 옥상에 올라 바르셀로나의 야경을 감상하다. 가을을 맞은 선선한 바람이 시원하다.
내일 밤 열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탈 때까지 24시간도 남지 않았다.
서둘러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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