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난 크로아티아 여행은 달마시아 연안의 작은 성벽 마을 트로기르에서 시작하였다. 계절은 9월 중순으로 접어 들어 한여름의 열기는 한풀 꺽여 있었다.
로마를 거쳐 스플리트 국제 공항에 도착한 것은 정오 경이었다. 크지 않은 국제공항은 입국수속에 애를 먹이지 않아 좋았다. 예약한 렌트카를 찾으려하니 공항 밖으로 나가 넓은 주차장으로 가란다. 보름가량의 시간을 함께 할 차는 매우 중요하다.
렌트카 직원이 나더러 엄청나게 운이 좋다고 너스레를 떨기에 들어보니 내게 배정된 차가 출고된지 2주도 안된 아우디 Q3란다. 지난날 BMW같은 고급차를 예약하면 거의 항상 Volkswagen이나 Skoda, 심지어는 기아차를 받기 일쑤여서 가장 싼 차로 렌트카를 예약하고 다니는데 이번엔 내가 계를 탔다. 소형SUV인 차를 받고 보니 아무리 쿨한척 하려해도 배어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다. 난 횡재한 느낌으로 차를 몰아 약 30분 거리의 트로기르로 떠났다.
길은 편도 1차선인데 번잡하지 않다. 그러나 목적지를 2-3킬로미터 남겨두고 길이 막힌다. 나중에 알고보니 트로기르로 들어가는 차량들 때문이다. 트로기르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도심에는 차를 주차할 수 없고 짐만 내리고 돌아 나와야 하는데 9월인데도 관광객이 많은지 상당히 복잡했다.
나의 호텔은 성벽의 끝이자 항구의 시작인 곳에 위치한 성채 바로 옆에 있었다.
짐을 풀고 난 후, 넓은 주차장의 공터를 찾아 드론을 날려 너무나도 아름다운 트로기르 Trogir의 모습을 담았다.
영상의 왼편 운하에 둘러싸인 섬이 Trogir old town이다. 베니스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배들이 경로를입항하였을 경로를 따라 드론이 날다.
항구에 다다르면 왼편에 방어 성채가 우람하게 자리하고 있고 크로아티아의 체크무늬 국기가 저녁바람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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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드론의 180도 방향을 바꿔 베니스 쪽을 향해 비행한다. 마침 석양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
첫 비행을 마치고 드론을 출발지점으로 불러들였다. 작은 운하의 오른편 넓은 주차장에 검은 Audi Q3가 나의 애마다.
저녁 식사를 하려고 호텔 후론트에 해산물 식당 추천을 하라고 했더니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세곳을 가르쳐 주는데 그중 가장 가까운 곳은 걸어서 5분 거리였다.
해산물을 구워내는 그릴 옆자리에 앉아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생선구이를 시켰다. Seabream이라고 부르는 감성돔 구이. 한사람 먹기에 적당한 돔을 잘 구워나온다. 값은 또 왜 그리 싼지... 8유로! 행복한 저녁 식사를 하는데 14유로면 충분하다. 크로아티아가 더 좋아진다.
생선이 식을까 허겁지겁 한 입을 먹다가 기록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었다. 고기는 금새 뼈만 앙상해졌다.
옆 테이블엔 러시아 커플이 앉았는데 내 것보다 네배는 큰 생선구이를 시켜 그릴에서 굽고 있었다. 너무 커서 뒤집다 부러지는 사고가 날 정도였는데 엄청 부러웠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바닷가의 넓은 해변 산책로에 나와 호텔로 돌아간다. 가로등 조명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선선하게 좋은 밤이다.
위험하고 미숙하지만 석양빛이 어스름한 트로기르를 드론에서 찍었다. 내가 묶는 호텔 앞에 호화 요트가 정박하고 있다. 은근히 기대하고 왔지만 기대보다 훨씬 아름다운 트로기르에서 행복하다.
꼭대기 층의 내 방은 혼자지내기엔 넓었고 지붕의 경사가 방에 그대로 반영된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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