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
세번째 발걸음이다. 첫번째는 가족과 겨울에 두번째는 학회때문에 봄에 이번엔 애인과 한 여름에 간다. 매번 다른 계절에 왔으니 안 살아본 도시인데도 거의 모든 계절을 본 곳이다. 그리고 어느 계절이건 아름답지 않았던, 로맨틱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혼자 왔을 때는 그 낭만적인 분위기때문에 힘들어 괜스레 다른 도시를 구경하러 다니기도 했지만...
이전과 다른 점을 또 들려면 숙소를 꼽을 수 있다. 이번엔 베니스 두오모에서 3분만 걸으면 도착하는 호텔에 묵는다. 경제성으로는 기차로 십여분 떨어진 Mestre에 숙소를 잡는 것이 훨씬 좋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 해뜰무렵 같은 때의 베네치아를 느껴볼 수는 없다.
마르코폴로 공항은 도착 로비 모습이 다른 많은 공항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도시의 명성에 비해 작다는 느낌이 든다.
공항에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던 것과 달리 Alilaguna라는 회사의 보트를 탄다. 공항버스같은 것인데 선착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공항 터미널을 나와 5-6분을 걸어가야 한다. 군데군데 수상택시가 손님을 기다리는 도크들이 이색적이다.
우리가 탈 배가 기다리는 도크에 도착한다. 여름이 한창인 베니스라서 금방 땀이 난다. 그래도 여느 도시에서나 타는 기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리도를 거쳐 운하를 달려가니 베니스 구경이 바로 시작되어 좋다.
San Zaccaria. 우리가 내린 곳이다. 유명한 산 마르코 광장이 다음 stop이라서 멀리 두칼레 궁전이 보인다. 예약한 호텔은 두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류장 바로 앞 건물 일층을 식당과 프론트로 사용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호텔 앞의 노천 카페에 앉아있는 사이를 지나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안내를 받는다.
Villa Igea. 산 자카리아 성당 바로 맞은 켠에 있는 작은 맨션 호텔이다. 2층에서 직원이 발코니를 정성스레 가꾸고 있었다.
우리 방은 3층. 창가에 선 M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라도 불러야 하나?
저녁이 되어 조명이 켜지면 바로 인근의 산마르코 광장의 혼잡함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이 내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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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베네치아식으로 장식되어 있다.
호텔의 바로 앞은 작은 광장이고 맞은 편엔 자카리아 성당이 있다. 광장 한 가운데에 마실 물을 공급하는 water fountain이 있어 여행객들이 목을 축일 수 있다. 저 분수의 내부 구조가 제법 복잡한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물이 귀한 곳에서의 호사는 옛사람들의 노력으로 가능하다.
성당과 벽이 맞닿은 집 발코니에서 노인이 화분을 가꾸고 있다.
짐을 대충 풀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산책을 나간다. 우선 성당에 들렀다. 겉에서 보던 것과 내부는 사뭇 달랐다. 화려함이 기대를 넘는다.
설교단의 꾸밈도 이 성당의 위상을 웅변으로 알려주고 있다.
두칼레 궁전 방향으로 좁은 골목길로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디저트 가게가 눈길을 끈다.
다이어트를 논하는 것은 이 가게에겐 굴욕일터... 우리도 견디지 못하고 그 안으로.
단 것을, 그것을 흡입하고...
산 마르코 광장으로 통하는 문 뒤로 보이는 두칼레의 기둥들...
가게의 점원이 골목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마 남들에게 보여주는 얼굴을 치우고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머무는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 저녁을 먹은 레스토랑의 입구. 이틀을 묵는 동안 이 골목을 수십번 오갔다.
자카리아 수상버스 정류장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어둑해지며 조명이 켜져 더 분위기가 좋다. 약간은 낡은 듯한 이곳의 분위기는 번쩍거리는 신도시보다 더 정감있고 낭만적이다.
호텔의 입구도 조명이 켜져 더욱 특별해 보인다.
호텔로 들어와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내려다 본다. 베니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비싼 가격을 무릅쓰고 old town에 숙박을 잡은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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